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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WHO, 팬데믹 좀 더 일찍 선언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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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세계人세계IN]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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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전세계 사망자 수가 지금보다 줄었을까?

유럽에서의 빠른 확산세는 막을 수 있었을까?

경기침체 공포를 완화할 수 있었을까?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의미가 없다지만 전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유행(팬더믹) 상황을 두고서는 아쉬움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비난의 화살은 방역에 좀 더 철저하지 못했던 각국 정부 뿐 아니라 팬더믹 경고를 상당기간 주저했던 국제보건기구(WHO)의 수장에게도 향하고 있다.


더힐 "팬데믹 선언에 수 개월 걸렸다…중국과 WHO 둘 다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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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 기준 미국 존스홉킨스대 시스템 사이언스-엔지니어링센터(CSSE)에 따르면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7만명을 돌파했고 사망자 수도 1만명을 넘겼다. 봉쇄조치를 취하는 국가들도 잇따른다. 학교도, 공장도 멈춘 전세계가 '셧다운' 상태다.

텍사스 샌안토니오대의 브래들리 세이어 정치과학 교수와 '중국 시민 권력 이니셔티브'의 리안차오 한 부사장은 공동으로 지난 17일 미 의회 전문지 '더힐'에 오피니언 기고를 통해 "중국과 WHO의 수장은 둘 다 팬데믹(대유행)에 책임이 있다"며 "우리는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과 마찬가지로 이 치명적인 전염병을 신중치 못하게 관리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거브러여수스 총장의 가장 큰 실책으로 꼽는 점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선언하는데 수 개월이 걸렸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지난해 12월31일, 중국으로부터 원인 불명 폐렴 발생으로 첫 공식 보고된 이후 2개월 여 후인 지난 11일, 전세계 12만명이 감염된 후에야 팬데믹이 선언됐다. 그마저도 CNN이 WHO 선언을 기다리다 못해 "우리는 먼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이란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후였다.

WHO로서도 구실은 있었다. 자칫 불필요한 공포심 조장으로 인류와 물자 이동을 제한하는 등 예기치 못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단 우려에서 신중한 선택을 하겠단 이유였다.

두 사람은 이에 대해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유행을 막는 글로벌 노력에 초점을 맞췄어야 할 때 그 대신 시 주석이 발병을 다루는데 있어 행한 일련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회피토록 도왔다"며 "(중국 정부의 잘못을) 적발하려 했던 사람들은 구금되거나 사라졌고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중국의 '투명성'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노력에 동참했다"고 주장했다.



거브러여수스는 친중 인사? 中 두둔 발언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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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브러여수스 총장이 수시로 "중국의 노력에 감사한다"거나 "전세계가 중국에 빚을 졌다"고 칭찬할 때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증폭됐던 의심은 '중국은 대체 WHO에 얼마나 큰 금액을 지원하고 있길래'였다.

중국은 실제로 WHO에 큰 기여를 하고 있었을까? 우선 WHO가 2018년 발간한 기부 내역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기부 규모가 미국이나 독일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크다고 할 순 없었다. WHO는 회원국들의 회비와 기부금에 의존해 예산을 편성한다.

WHO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이 WHO에 일반펀드(General Fund) 항목을 통해 낸 자발적 기부금은 630만달러(78억원)로 미국(2억8000만달러)이나 독일(1억55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일본(8700만달러), 한국(2800만달러)에도 못미쳤다. 직전 연도인 2017년도에는 1000만달러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다만 이번 코로나19와 관련해선 중국이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기부금을 내기로 결정했다. 지난 9일 일본 NHK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을 인용, 중국 정부가 2000만달러를 기부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같은 명목으로 300만 달러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5월 WHO의 첫 아프리카 출신의 사무총장으로 당선된 그가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이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같은 해 8월, WHO는 보도자료 발간을 통해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3일간 중국 공식 방문을 마치고 보다 강력하고 전략적인 WHO-중국 협력의 길을 열었다"며 "중국은 WHO의 글로벌 업무 지원을 위해 2000만달러의 추가 자발적 기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켠에서는 중국이 그의 모국 에티오피아에 강력한 재정 지원을 펼치고 있단 점을 끈끈한 우호 관계의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중국은 에티오피아에 대한 투자 및 교역 1위 국가다.

미 폭스뉴스는 지난 20일 "에티오피아의 경제는 10년 이상 중국에 크게 의존해 왔다"며 "중국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1억6000만달러 규모 스포츠 경기장을 짓는 등 수억 달러를 쏟아부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 수출입은행은 에티오피아와 지부티를 연결하는 34억달러 규모 철도 사업 중 29억달러를 내놨다"고 덧붙였다.



"기부금 의존도 높은 WHO 재정 구조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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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미국 외교협회(CFR)의 마이클 콜린스 연구원은 기고를 통해 "각국 평가된 기여도는 2014년 이후 단 3%만 증가했다"며 "예산 밖의 자발적 기부는 2014~2015년 39억달러에서 2018~2019년 47억달러로 18%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발적 기부에 의한 이같은 의존은 WHO를 개별 국가 혹은 조직의 영향력에 매우 취약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기여도가 아직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의해 큰 편은 아니지만 점차 증가하고 있단 점도 중요하다.

2017년 세계보건총회(WHA) 기간 동안 트럼프 정부는 연간 세계보건예산을 26%까지 줄인다고 밝혔었다. 그동안 WHO의 가장 큰 기여자였던 미국의 이같은 선언은 WHO에 위협으로 다가왔다.

이 틈을 치고 나온 것이 중국이다. 미국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당시 WHO와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상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우호관계를 증진해 나가고 있었다. 2017년 5월에는 시 주석이 '국제협력을 위한 일대일로 정상포럼(BRF)'에 나서 전 세계적 웰빙을 증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더 많이 착수하기 위해 참여하는 개발도상국,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88억달러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신속·효율 대응 약속했던 거브러여수스, 위기 극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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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브러여수스 총장은 런던대 위생 열대 의학대학원에서 면역 감염병 석사학위를 받았고 노팅엄 대학에서 지역보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에티오피아 보건부 장관, 외교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지난 4일 BBC는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에 대해 "55세의 그를 아는 사람들이 그를 묘사하는데 사용하는 단어는 '매력적이고 잘난체 하지 않는다(Charming and unassuming)'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그가 중국 편향적이란 비판이 줄곧 제기되고 있는것 관련 로렌스 고스틴 조지타운대 글로벌 보건법 교수를 인용해 "그의 전략은 중국 정부를 비판하기 보다는 투명성과 국제 공조에 나오도록 구슬리는 것"이란 해석을 전하기도 했다.

BBC는 그러면서도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동안 그의 판단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문은 지금 거센 비난으로 바뀌는 중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가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한 병원균"이라 우려했던 코로나19는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거브러여수스 리더십을 점차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중이다. 그의 리더십 뿐이 아니다.

거브러여수스는 2017년 사무총장 선거 투표 직전 "긴급 상황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약속했었다. 3년여가 지난 2020년 2월 그의 약속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 됐다. 하지만 약속은 빛이 바래져만 가고 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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