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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회식하러 출근"…'반쪽짜리' 재택근무에 뿔난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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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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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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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딱 5일 했어요. 아무래도 업무효율 떨어진다고 다시 회사 나오라 하더라고요. 근처에선 계속 코로나19 확진자 나오는데…. 출퇴근 때마다 불안하죠."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씨(29)의 하소연이다. 이달 첫째 주 '반짝' 재택근무 후 다시 회사로 출퇴근하고 있다. 성남지역 분당제생병원, 은혜의 강 교회 등에서 계속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재택근무는 이미 끝났다.

그것도 맘이 편찮은데 '회식'까지 잡혔다. 박씨는 "재택근무 끝나고 회사로 돌아온 첫날부터 회식하자고 했다"며 "불참한다는 사람이 없어서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가 고혈압이 있으시다. 어머니는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서워 집에만 계시는데, 내가 회사나 대중교통에서 감염될 수 있단 생각에 걱정이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재택근무 중인데 다음 주에 회식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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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사이에서 '어설픈' 재택근무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재택근무를 조기에 중단하거나, 불필요하게 회사 출근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한 재택근무인데, 그 취지를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김모씨(30)는 반쪽짜리 재택근무 중이다. 하루는 집에서, 그다음 날은 회사에서 근무한다. 김씨는 격일로 출근하는 탓에 재택근무가 별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재택근무를 하면 출퇴근 시간 혼잡한 대중교통을 피할 수 있어 좋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건 매우 좋은 결정인데, 할 거면 매일해야 의미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씨(31)는 재택근무 일주일만에 다시 회사에 나왔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이지만 회사는 조기에 이를 중단했다.

박씨는 "지금 와서 회사 출근시킬거면 그간 코로나19 막는다고 재택근무한 게 모두 소용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인근 회사 등 주변을 보면 우리 회사 빼고 다 재택근무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 중에 회식이 잡혀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나가야 하는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직장인 윤모씨(28)는 "지난 수요일에 팀장님이 단톡방에 다음주 회식하자고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걸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재택근무하는데 회사로 자꾸 부를 거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 시기에 회식한다는 발상 자체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4월 초까지는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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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는 모습./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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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로 내려오면서 사태가 다소 진정될 조짐을 보이자 재택근무를 중단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4월 초까지는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은 "대구·경북 지역의 신규 확진자 증가세는 감소하고 있으나, 집단시설이나 종교시설 등을 중심으로 산발적 발생이 지속하고 있어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며 "3월 말~4월 초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각 사업장에서는 '아파도 나온다'라는 문화를 '아프면 쉰다'로 바뀔 수 있는 근무 형태나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본부장은 "밀집된 근무환경 등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주기적인 환기와 소독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며 "온라인 또는 재택근무가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유연한 근무 형태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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