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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102년 전 스페인 독감의 악몽` 중국발 코로나, 스페인서 하루새 확진 5000명↑…절규하는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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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감염 경증환자를 응급차에서 '임시병원'인 호텔로 옮기는 모습. [출처 =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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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 판데믹(COVID-19 대유행)이 스페인에 100여년 전 독감의 악몽을 되살리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하루 627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로 다음 날 21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는 하루 새 확진자가 5000명 넘게 더해지면서 증가폭이 사상 최악에 달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수도 마드리드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응급실로 뒤바뀌고 있다. 마드리드 시민 전체의 80%가 중국발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는 보건 당국의 잿빛 경고까지 더해지면서 갈 데 없는 불안감이 시내를 떠도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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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 이어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다. [출처 =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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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공영방송 RTVE는 21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보다 5394명 늘어나 누적 확진자가 총 2만5374명에 달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망자는 376명 추가돼 총 1378명으로 늘었다. 앞서 보건부 발표에 지역별 집중치료센터(ICU) 등 지역 통계를 종합한 결과다.

스페인은 현재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 이어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다. 스페인 내에서는 특히 마드리드 내 확진자가 총 8921명으로 가장 피해가 크고, 이어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4203명), 바스코(1725명), 안달루시아(1515명), 발렌시아나(1363명), 카스티야-라만차(1817명) 순이다.

마드리드에서는 호텔에 이어 이페마(IFEMA) 컨퍼런스 센터를 5500여 병상을 갖춘 응급 수용 시설로 바꾸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19일 마드리드의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 주지사는 "마드리드 시민의 80%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 등 시민 15%정도에 해당하는 취약계층은 감염으로 24시간 또는 48시간 이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공공·민간 보건 의료 시스템을 통합해 응급 병상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17일 스페인 정부는 "앞으로 15일 간 병원 등 민간 의료 기관을 국영화한다"는 선언도 했다. 폭증하는 코로나19 환자 수용·치료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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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도심 푸에르타델솔에서 군인들이 '시민 이동 제한'을 위해 보초 서고 있는 모습. [출처 = 게티이미지·미국 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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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타 델 솔 광장 등 마드리드 도심에서는 군복을 입은 공수부대원들이 배치돼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일 페르난도 그란데 마를라스카 내무부 장관은 "2주간 외출 자제와 관련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때가 왔으며 유예기간은 없다"면서 "경찰을 26만4000명, 군을 13만2000명으로 늘렸으며 지역 정부와 협의해 배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내무부는 왕실 칙령에 따라 정당한 이유없이 두 사람 이상이 한 차에 탈 수 없으며, 주말이나 휴일에 별장으로 놀러갈 수 없고, 무리지어 만나 대화하는 행위도 금지되며 이를 어기는 경우 군·경찰이 행정상 처벌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경찰은 이동 제한 단속에 들어가면서 수천 명을 적발해 1인당 평균 600유로(우리 돈 약 80만원) 미만의 벌금을 매겼지만 앞으로는 강도가 더 세진다. 앞서 14일 페드로 산체스총리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2주간 외출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가게 영업 등 상업활동 중단은 물론 모든 국민에게 생필품·의약품 구매, 출퇴근을 제외하고는 자택에 머물러 달라는 것이었다.

17일 산체스 총리는 생방송 대국민담화를 통해 2000억 유로(우리 돈 약 274조원)규모 '코로나19 재정'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그만큼 심각한 사정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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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1920년 판데믹(전세계 대유행병)이었던 스페인 독감의 발원지는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다. 다만 이 독감으로 제1·2차 세계대전 희생자 수를 합친 것에 버금가는 5000만 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 넷플릭스 `판데믹`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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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는 '스페인 독감' 공포를 불러냈다. 컬럼비아대 제프리 샤먼 교수는 "(코로나19판데믹은)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가장 재앙적인 상황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상 초유의 희생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고 2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컬럼비아대학 연구팀 국내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보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면서도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수준에 불과해 본인도 모르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숨은 감염자'가 실제 확진자의 11배에 달한다. 예를 들어 미국 확진자가 2만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감염자는 22만명에 이를 수 있다.

스페인 독감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918~1920년 세계를 휩쓸었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시기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 탓에 전세계에서 약 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만 스페인 독감은 발생 시기와 발원지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1918년 초 여름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기지에서 독감 환자가 처음 보고된 후 8월 첫 사망자가 나오고, 이후 전세계로 급속히 번져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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