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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최소 10조 '채권안정 시장펀드' 가동 임박…효과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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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코로나19 관련 은행권 간담회를 주재,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2020.03.20.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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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요동치는 주식·채권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최소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한다. 정부는 이번 주 중 구체적인 규모와 시행시기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9일 비상경제회에서 확정한 총 5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표, 채안펀드를 재가동해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인해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유동성 지원 및 국고채와 회사채의 과도한 스프레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펀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기업들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지원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5조원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은행과 보험을 비롯한 91개 금융기관이 출자했고, 한국은행이 각 금융기관 출자금액의 50%까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의 방식으로 유동성을 지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발표 다음날인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장 및 8개 주요 은행장과 조찬 간담회를 열고, 우선 1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필요한 경우 그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은 위원장은 "채안펀드는 일단 10조원을 작동하기로 했고 전체적으로 (규모를)늘리는 데 합의를 했다"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회계기준을 바꿀 순 없어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고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채안펀드는 이미 준비돼 있어 바로 작동할 수 있다"며 "시장 수요를 맞추지 못할 정도로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채안펀드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펀더멘털과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기업들에 '숨통'을 틔어주는 채안펀드는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무엇보다 리스크가 기업들에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도산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최악의 상황이 오는 만큼 정부는 기업들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채권시장을 통해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펀드 조성은 의미가 크고, 기업어음(CP) 시장에도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도 "최근 크레딧 리스크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대비 빠른 채안펀드 도입은 시장의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카드"라며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펀드 규모로, 추후 펀드의 규모와 시행방안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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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브리핑룸에서 비상경제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선 중기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2020.03.19. yes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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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는 6월 이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2조5000억원, CP·전단채 25조8000억원"이라며 "보수적으로 50%가 상환이 안 된다 가정할 때 채안펀드가 대략 15조원 이상 있어야 시장은 안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가 채안펀드와 함께 조성키로 한 증권시장 안정펀드는 시일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증시안정펀드는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들이 자금을 출자해 필요시 일정 금액을 투입해 증시를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5150억원을 증시에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은 위원장은 "증시안정 펀드는 논의는 거의 됐으나 내규와 투자위원회를 만드는 등 여러 협의 사항이 있다"며 "다음주 시행시기 발표할 때 같이 하겠지만 증안펀드나 채안펀드 모두 오늘에 끝날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해서 촘촘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빠진 부분이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증시안정펀드의 효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치료제, 백신 개발과 같은 본질적 해법이 구체화되기 전까진 장세 성격변화를 논하긴 시기상조"라며 "다만 지난 2008년 11월 이래로 재가동되는 5조~10조원 상당의 증시안정기금은 외국인 투매공세에 맞서는 가뭄의 단비격 긍정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유겸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증시안정펀드는 하락을 막는데 기여하겠지만 상승을 이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당국은 잇따른 유동성 공급에도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인 주식시장 운영시간을 줄이거나, 현재 ±30%인 일일 주가 등락 제한폭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은 위원장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고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옵션"이라며 "다만 이 조치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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