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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기업들 '코로나 비상경영' 태세전환…글로벌 경제위기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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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속속 정상출근…"전대미문 복합위기, 재택근무로는 대처 한계"

단기자금시장 신용경색 우려…기업들 자금조달·투자 여건 재점검

이재용, 2주간 두 차례 현장점검…최태원, 금주 비상경영회의 소집

연합뉴스

세계 경제 셧다운 (PG)
[권도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최윤정 김영신 기자 = 재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동한 비상체제가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으로 속속 모드를 전환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임직원의 안전과 국내 사업장 셧다운 방지 등 업무지속계획(BCP)을 최우선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유럽과 미주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대두되자 재택근무를 속속 중단하는 등 위기 대응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특히 기업의 실적악화 우려에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빚고, 자금시장 위축에 기업의 유동성 우려가 커지는 악순환 조짐에 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 "글로벌 셧다운에 '돈맥경화'까지 급한불이 많다"…재택근무 중단 잇달아

2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가 팬데믹 상황에 글로벌 사업장들의 '셧다운'이 잇따르고 기업어음(CP)시장의 신용경색 우려마저 나오면서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해외 사업장 셧다운 충격은 현대·기아차[000270]가 가장 큰 상황이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는 미국의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의 생산을 18일부터 중단했으며 체코 공장과 슬로바키아 공장은 23일부터 2주간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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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덮친 세계경제 성장전망 줄하향…각국 대책 부심(CG)
[연합뉴스TV 제공]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자율 재택근무를 23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출근 시간 범위를 오전 8∼10시에서 오전 8∼오후 1시로 넓히고, 필수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을 없애는 확대된 유연근무로 전환한다.

현대차는 부문별 협업을 강화해서 사업운영 차질을 예방하는 동시에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분산해서 직원 접촉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아 비상이 걸린 가운데 효율성을 높여야 할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종합상황실을 운영해왔다. 초기에는 중국발 부품 공급망 중심으로 대응했지만, 최근에는 미주와 유럽까지 권역별 상황을 파악해서 신속 대응해야 하는 실정이다.

SK텔레콤[017670]도 지난달 24일부터 시작한 전 직원 재택근무를 23일부터 중단한다. 임신부 등 재택근무가 필요한 일부로 대상을 제한하는 자율적 재택근무로 전환한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은 CP와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나와 자금상황도 긴급 점검에 들어갔다.

최근 CP금리가 치솟으면서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나자 금융위원회는 20일 국내 증권사들과 함께 CP시장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기업 자금 담당자는 "CP시장 불안이 커지자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도 만약을 대비해 CP 발행 여건을 알아보는 태핑(사전 수요조사)에 나선다는 얘기들도 나온다"며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회사채 발행도 위축되자 정부는 19일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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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홍남기-은성수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논의를 위한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2020.3.19



홍남기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 회사채와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 돈을 구하지 못하는 '돈맥경화'가 나타난다"면서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는 누군가 채권을 사서 돈을 순환시키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파워의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하지만, 17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발행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큰 항공업계는 19일 국적 항공사들이 모여 경영자금 지원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건의안에는 항공사가 자체 신용으로는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총수들도 잰걸음…이재용 잇단 현장점검·최태원 비상회의 소집

주요 그룹 총수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핵심 투자 분야인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사업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위기 대응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을 강조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3일 경북 구미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등 2주 동안 두 차례 현장경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재택근무는 하지 않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TF의 역할이 국내 사업장의 안전은 물론 해외 사업장의 예방과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것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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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방문
(서울=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0.3.19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부인 반도체는 유럽과 미국의 장비업체들이 코로나19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망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또한, 삼성전자는 23일부터 TV를 생산하는 슬로바키아 공장의 가동을 1주일 동안 중단하는 등 해외 가전공장도 초비상 상태다.

4대 그룹 가운데 재택근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SK그룹은 핵심 계열사들이 초유의 위기를 맞아 비상경영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 주 초반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비상경영회의를 준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를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를 보는 실정이며 국제유가 폭락에 따라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막대한 상황이다. 배터리 부문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생산 차질, 수요 감소 등으로 여건이 녹록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31일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했지만, 책임자들과 필수 인력들은 정상 출근하고 있으며 재택근무자들도 근무시간을 연장하며 비상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는 반도체업종 특성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지 않았으며 코로나TF를 가동해 주6일 회의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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