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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미사일 쏜 이튿날 트럼프 친서 공개한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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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담화문 “트럼프, 신종 코로나 협조 의향”

“정상 간 친분으로 북미 관계 기대 해선 안돼” 주장도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전술유도무기 시범사격을 참관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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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의향을 전했다고 22일 밝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부부장이 이날 ‘미국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는 조미(북미) 두 수뇌분들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 관계를 잘 보여주었다’는 제목의 담화문을 내고 “우리는 김 위원장 동지에게 보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친서를 받은 구체적인 날짜는 알리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서 조미 두 나라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며 “전염병 사태의 심각한 위협으로부터 자기 인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국무위원장동지의 노력에 대한 감동을 피력하면서 비루스(바이러스) 방역 부문에서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친서 내용을 간단히 소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최근 의사소통을 자주 하지 못해 자기 생각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친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주는 실례”라고 평가하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따뜻한 친서에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다만, 두 정상 간 개인적 친분에 따른 북미 관계 개선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로 줄달음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 나라 사이에 역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평형이 유지되고 공정성이 보장돼야 두 나라 관계와 그를 위한 대화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협조 의향을 밝혀 이를 계기로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신형 전술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공개한 것도 미사일 발사가 북미 관계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이 “두 수뇌분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두 나라 사이의 대립 관계처럼 그리 멀지 않으며 매우 훌륭하다”면서도 “두 나라의 관계가 수뇌들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좋아질 날을 소원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할 것”고 해, 당장 급진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문에서 “우리는 여전히 지금 이 순간도 미국이 열정적으로 ‘제공’해주는 악착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발전하고 스스로 자기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북 제재를 에둘러 비난하면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를 강조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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