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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희대의 ‘금융사기’ 라임 사태…커지는 ‘금감원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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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 실세’ 김 회장 소유 스타모빌리티 전환사채 195억 매입

사실상 회삿돈 500억 횡령 지원…금융계 “안일한 대처” 비판

라임자산운용이 지난 1월 펀드 환매 중단으로 묶인 투자자의 돈을 라임의 뒤를 봐주는 인물로 알려진 김모 회장이 소유한 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투자받은 돈을 횡령한 혐의로 회사 측에 고소당해 현재 도피 중이다.

라임이 투자한 시점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0월 검사를 마친 후 삼일회계법인의 본격적인 실사를 앞두고 사회적 이목이 쏠리던 때였다. 그럼에도 고객의 펀드 투자금으로 사실상 김 회장의 횡령 자금을 마련해주는 일이 발생하자 금감원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2일 금감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라임은 지난 1월13일 코스닥 상장사인 스타모빌리티의 전환사채(CB) 195억원을 매입했다. 매입 자금은 작년 10월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FI D-1호’ 펀드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플루토 FI D-1호의 손실률은 약 50%로 자산가치가 반토막 난 상태다.

스타모빌리티의 실소유주인 김 회장은 최근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서 대신증권 반포센터장이 “라임을 움직이는 배후 실세”로 지목한 인물이다. 김 회장은 잠적한 이종필 전 부사장과 친분이 있는 관계로, 라임 사태의 ‘키맨’으로 부상한 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금감원 팀장과 고향 친구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이튿날인 14일 이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모빌리티 측은 이 돈을 포함해 500억원 규모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김 회장 측을 고소했다고 이달 18일 공시했다. 스타모빌리티는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추후 시장에서 퇴출되면 라임펀드 피해자가 받아야 할 돈이 사라지게 된다. 라임 측은 “스타모빌리티 CB의 차환 목적으로 발행된 것으로, 그 돈을 스타모빌리티에서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희대의 금융사기에서 게이트로 번진 라임사태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데도 금감원이 안일한 대응으로 사태를 되레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거 LIG건설 기업어음 불완전판매 사건을 대리했던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감독 의지가 있었다면 환매 중단 전에도 라임에 쏠린 돈이 부실기업에 투자되는 이상 징후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여러 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음에도 금감원은 처음부터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금감원이 책임을 지지 않고 제도 탓으로만 일관한다면 앞으로 제2·3의 라임사태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 측은 “자본시장법상 펀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 금감원이 사전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면서도 “도의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복수의 금감원 관계자들은 “채권 매각을 통해 더 나은 가치로 환매 가능성을 높일 것처럼 거짓말을 한 것으로, 누가 속인 것인지 명확히 조사해 법적인 대응을 포함한 모든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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