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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기업 투자 '脫한국' 가속화…"반기업 규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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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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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국내 기업 투자 자금의 '탈(脫) 한국'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직접투자액이 600억달러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 투자 환경에 대한 전향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 같은 현상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2일 기획재정부의 2019년 해외직접투자액은 618억5000만달러(약 78조1600억원)로 전년(511억달러) 대비 21.0%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1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업종별로는 금융ㆍ보험업(250억4000만달러)과 부동산업(69.3억달러)이 전년 대비 각각 45.4%, 33.3%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특히 한국경제의 허리인 제조업의 해외직접투자도 183억5000만달러로 13.8% 증가했다. 기재부는 제조업의 경우 글로벌화에 따른 대형 인수합병(M&A) 및 전기차ㆍ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주력 시설투자에 따라 해외직접투자가 인해 늘어난 것으로 진단했다. 국가별 투자 비중은 미국(23.9%)이 가장 크다. 이어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13.1%), 중국(9.4%), 베트남(7.2%), 싱가포르(4.9%) 순이다. 미국(147억7000만달러)은 기업의 글로벌 판매망 확대를 위한 대형 M&A 등으로 전년 보다 32.4%, 중국(58억달러)은 전기차ㆍ반도체 분야 현지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대기업의 시설 투자 등으로 20.7% 늘었다.


해외직접투자액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2001~2005년 41억~74억달러 수준이던 해외직접투자액은 2006년 120억달러를 기록하며 100억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 2007년 231억달러, 2013년 312억달러, 2017년 447억달러, 2018년 511억달러로 가파르게 늘었다. 이후 1년 만에 다시100억달러 늘며 지난해엔 600억달러 규모를 웃돈 것이다. 반대로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는 233억달러로 2018년(269억달러)에 비해 13.3%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직접투자액의 가파른 증가, 외국인직접투자 감소는 결국 국내 투자환경이 악화됐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직접투자가 늘면 그만큼 외국에서 벌어 들이는 수익이 커지는 것으로 늘어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며 "다만 국내 투자해야할 자금이 해외 투자로 넘어간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경우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등 해외에 나간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며 "이처럼 단순히 한국도 법인세율을 낮추자는게 아니라 해외에서 돌아오려는 기업들을 위해 세제 혜택과 고용규제들을 풀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변화 없이는 기업들의 '탈 한국' 현상을 바꿀 수없다고 단언했다. 주 실장은 "기업 경영여건이 안 좋으니 밖으로 나가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동남아 수준으로 인건비를 낮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법인세 등 세제 혜택 밖에 없는데 이 같은 현 정부의 반기업 기조를 바꾸지 않고는 기업 투자자금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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