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만 18세의 생애 첫 투표, 그 시작을 파이낸셜뉴스가 응원합니다. 4.15 총선 페이지 오픈을 맞아 기획칼럼 '만 18세, 투표소 가는 길에'를 연재합니다. 진정한 민주시민의 권리인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이 만 18세들에게도 축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파이낸셜뉴스]“대~한민국”의 함성이 온 나라를 뒤덮던 지난 2002년을 기억한다. 그해 4월, 아직 월드컵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전, 너는 이 세상에 왔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네가 태어난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 2020년의 4월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4월이 되면 너는 만 나이로 18살이 된다. 얼마 전 사진관에서 단정하게 머리를 빗고 찍은 증명사진은 너의 새 주민등록증 한 귀퉁이를 장식할 것이다. 그리고 때마침 이 나라의 일꾼을 뽑는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진다. 18살 성인으로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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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까. 선택은 중요한 문제지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럴 때 미국의 정치사상가 라인홀드 니버의 ‘차악론(次惡論)’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프로테스탄트 신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정치란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선과 악이 대결하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선명하지만은 않다. 세상엔 최선(最善)과 차선(次善), 차악(次惡)과 최악(最惡)이 공존한다.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최선이 없을 땐 차선을, 그것마저도 없다면 ‘조금 덜 나쁜 것’, 즉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 이는 최악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은 “정치를 혐오하는 국민은 혐오스러운 정치를 가질 자격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세상은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악을 보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파괴되는 것”이라고. 지금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너에겐 희망보다는 절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지만(그래서 무척 곤혹스럽지만), 그렇다고 정치에 침을 뱉을 필요는 없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을 멈춘다면 세상은 더 나빠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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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보자.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있다고 치자. 둘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트럼프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부동산 사업을 해 억만장자가 된 사람이다. 금수저의 전형인 그는 여성, 유색인종, 이민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과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힐러리 클린턴이라고 더 나을 것도 없다. 그는 퍼스트레이디,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거치며 화려한 이력과 완벽한 조건을 갖췄지만 각종 구설에 시달리고 있다. 아칸소 주지사에 미국 대통령까지 지낸 남편 빌 클린턴과 함께 40년 넘게 권력 주변을 맴돌았다는 사실도 큰 자랑거리는 못된다.
이럴 때 최선의 선택지가 없다며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한다면 지는 것이다. 모든 나쁜 정치는 다수의 무관심을 먹고 자란다. “악이 승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한 자들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영국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는 말했다. 그의 말을 차용하자면, 선거에서 낙선해야 마땅한 인물이 자꾸 선출되는 이유는 선한 유권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신성한 권리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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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일인 4월 15일 쯤에는 온 나라를 시름에 빠트린 코로나19가 한풀 꺾이기를 바란다. 혹여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때까지 기승을 부리더라도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치러지는 투표장으로 가자. 너의 한 표가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jsm64@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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