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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갑 중의 갑 '기재부 뒷얘기'…해외 출장시 사무관에 "비데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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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前 사무관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 저서 출간

"세계잉여금으로 론스타 배상 검토…당시 부총리가 파악하라고 지시"

아시아경제

신재민 전(前) 기획재정부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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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2018년 말 정부의 KT&G 사장 교체 시도와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 강요 의혹을 제기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최근 펴낸 '왜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가'라는 저서를 통해 재직 중 겪었던 기재부 간부들의 부적절한 행태를 비판했다.


신 정 사무관은 "'갑 중의 갑' 기재부 안 뒷얘기"라며 "해외 출장 시 사무관에게 비데를 챙기게 한 간부, 출장지에 딸을 데려가고 비용 일부만 낸 간부, 업무 시간 직원을 동원해 이사한 간부, 자신이 나간 테니스 대회에서 직원을 응원단으로 동원한 간부 등이 있었다"고 공개했다.


신 전 사무관은 또 "술자리에서 한 간부가 먹던 얼음을 받아먹은 사무관이 '성은을 입었다'고 했고, 옆자리 사무관이 서운해하자 간부가 입에 머금은 얼음을 옆 사무관에게도 줬다"며 "통제받지 않고 감시받지 않은 행정부는 이렇게 파편화되고 사유화되며, 고위공무원은 '성은을 내리는 존재'가 된다"고 꼬집었다.


신 전 사무관은 패소할 경우 최대 5조원으로 전망되는 '론스타 소송' 배상금과 관련해 "세계잉여금을 활용해 국회를 건너뛰고 배상하려던 검토가 정부 내부에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계잉여금은 거둬들인 세금 중 지출하고 남은 돈을 말한다.


그는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됐지만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세계잉여금을 론스타 배상금으로 쓸 수 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며 "편법적인 국가재정 운용 시도"라고 지적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12년 한국 정부 때문에 외환은행을 제때 팔지 못해 46억7950만 달러(약 5조20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냈다. 이 소송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무회의 의결만으로 행정부에서 처리하는 세계잉여금을 론스타 배상금에사용하려는 생각은 행정부의 잘잘못을 가려야 하는 국회를 우회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판단했고, 검토 과정을 거쳐 '세계잉여금으로 상환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부총리의 지시에 반하는 보고서인 만큼 다시 쓰라는 지시가 내려와 재보고를 준비 중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결정됐다"며 "세계잉여금이 추경 재원으로 쓰이게 되면서 보고서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고 기술했다.


신 전 사무관은 "제대로 된 토론은 없었고 지시와 수용만 있던 망가진 정책을 만드는 그 자체였다"고 토로했다.


신 전 사무관은 2018년 말 폭로에 대해 "소신이 반영되지 않은 불만에서 폭로한 게 아니라근본적이고 고질적인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공론화하고자 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현재 고려대 행정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앞으로 행정부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말하는 연구자가 되겠다"고 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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