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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헌팅 막았더니 섰다?…인터넷 개인방송서 도박 조장하는 BJ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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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플랫폼 제재에 헌팅방송 막히자 시청자와 '별풍빵'

개인방송 일일이 단속 어려워 경찰도 고심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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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2연승하면 치킨 1마리. 100개 쏘시면 참여 가능합니다.”


# 20일 오전 1시께 한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치킨을 나눠준다는 제목의 한 방에 들어가니 화면에는 화투패들이 놓여 있었다. 방송을 진행하는 BJ는 부지런히 화투패를 섞어가며 이른바 ‘섰다’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이 BJ는 얼마 전까지 서울 강남과 홍대 등지에서 일반인 여성들을 상대로 헌팅 방송을 진행하던 ‘헌팅 BJ’였다.


한 시청자가 현금 1만원가량의 사이버머니를 선물하자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됐다. 화투패 2개씩을 양 옆으로 나란히 놓은 뒤 BJ가 1번과 2번을 지정해주자 해당 시청자가 2번을 골랐고, 곧이어 BJ는 패를 뒤집었다. 1번이 더 높은 패였고, BJ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청자의 약을 올렸다. 이에 시청자는 또다시 1만원가량의 사이버머니를 쐈고, 한동안 게임은 계속됐다.


음주운전과 일반인 성희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인터넷 방송 BJ들이 이번에는 불법 도박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경찰과 플랫폼의 규제로 수입원이 막힌 헌팅 BJ들이 도박 방송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실시한 인터넷 개인방송 불법행위 집중 단속 결과 도박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16건의 불법행위와 91명의 BJ가 검거됐고, 이 가운데 4명이 구속됐는데, 이 가운데 사이버도박이 49명으로 전체 인원의 약 54%에 달했다. 방송 중 도박 사이트 홍보를 하거나 시청자에게서 돈을 받아 대리도박을 하는 등의 사례도 있었으나, 별풍선이나 팝콘 등 사이버머니를 받아 직접 도박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최근 들어 시청자들로부터 받은 사이버머니를 판돈으로 두고 섰다, 홀짝, 사다리타기 등을 진행해 3~5연승 시 치킨 기프티콘을 지급하고, BJ가 한 번이라도 이기면 그대로 끝나는 신종 도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같은 도박은 주로 일전의 헌팅 BJ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헌팅 방송 시 시청자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는가 하면 과도한 스킨십에 플랫폼 측에서 방송 송출을 중단시키자 헌팅 BJ들이 수입을 대체하기 위해 나선 것. 일부 BJ들이 아예 도박 전문 BJ로 나서는가 하면, 노출 방송을 주로 하는 이른바 ‘벗방 BJ’들도 플랫폼의 노출 제재 시 콘텐츠를 도박으로 변경해 방송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처럼 매년 규모가 커져 전체 판돈만 100조원을 넘어선 불법 도박이 이제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세력을 넓히고 있는 흐름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불법 도박이 청소년들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전파되고 있지만, 관련 대책은 인터넷 사업자들의 자율규제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버도박 문제가 심각해지며 경찰도 최근 17개 지방청에 사이버도박 전담반을 구성해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개인방송의 경우 단속조차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방송 중 저질러지는 불법행위, 개인방송 플랫폼을 이용한 신종범죄는 그 파급력이 큰 만큼 국민의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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