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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우주탄생 비밀 푼다'...암흑물질 '액시온' 존재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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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국내연구진이 암흑물질 후보인 '액시온'의 존재 규명에 한걸음 다가섰다. 이는 우주탄생의 비밀을 푸는 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야니스 세메르치디스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이 현대물리학의 난제를 풀어낼 액시온 신호를 탐색하기 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이론적으로 액시온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영역에 도달한 것으로, 미국 워싱턴대, 예일대에 이어 전 세계 3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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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왼쪽부터 제 1저자 이수형 연구기술위원, 교신저자 고병록 연구위원, 안새벽 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 최지훈 전 IBS 연구위원(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IBS] 2020.03.20 swiss2pa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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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시온은 강한 자기장과 만나 빛(광자)으로 변하는데, 이를 단서로 1989년부터 전 세계에서 액시온을 찾아 실험을 진행해 왔다.

과학자들은 액시온이 존재할 수 있는 질량 범위와 광자로 변환됐을 때 신호 크기 범위를 이론적으로 추정하고 이를 '양자색소역학(QCD) 액시온밴드'라고 이름지었다. 액시온이 존재할 경우 이 영역 내에서 신호가 발견된다는 뜻이다.

QCD 액시온밴드가 포함하는 신호 크기는 형광등보다 1억경(1024) 배나 작은 수준으로, 검출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 수준에 도달한 후부터 QCD 액시온밴드에 속하는 신호를 검출할 수 있어, 특정 지점에 액시온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알아낼 수 있다. 때문에 액시온을 발견하려면 탐지하는 질량과 신호 세기를 바꿔가며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

그러나 QCD 액시온밴드 영역의 신호를 검출할 만한 기술을 갖추고 탐색을 진행하고 있는 실험그룹은 전 세계 8곳 중 미국 워싱턴대와 예일대 2곳뿐이다.

워싱턴대는 액시온 질량이 1.9 ~ 3.53μeV(마이크로일렉트론볼트)인 경우, 예일대는 액시온 질량이 23.15 ~ 24μeV인 경우의 신호를 탐색하고 있다. 연구진은 6.62 ~6.82 μeV 질량 범위에서 액시온을 탐색해, 해당 질량에서는 최초로 검출 범위가 QCD 액시온 밴드 영역에 도달하고 탐색한 영역에 액시온이 없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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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지완 기자 = 극저온 냉동기 내부 실험장치. [제공=IBS] 2020.03.20 swiss2pa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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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작은 신호 검출을 위해 강한 자기장 하에서 잡음을 최소화한 실험장치를 구축했다.

연구진은 지구 자기장보다 16만 배 강한 8테슬라 자기장을 내는 원통형 초전도 자석을 마련하고, 자석 중심에 안테나가 삽입된 금속 원통을 넣었다.

액시온은 자기장과 만나 광자(전자기파)로 변하는데, 발생한 광자가 원통의 공진주파수와 일치하면 안테나로 이 신호를 읽을 수 있다.

각 과정은 증폭과 열로 발생하는 잡음을 줄이고 초전도를 유지하기 위해 영하 273℃ 냉동기 안에서 진행됐다. 연구진은 2년에 걸쳐 각 과정에서 잡음을 극도로 줄이고 테스트를 거친 뒤 3달 동안 데이터를 수집해 결과를 얻었다.

액시온이 발견되면 현대물리학의 난제를 풀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사는 우주가 물질로 이루어진 까닭은, 태초에 빅뱅이 물질을 반물질보다 훨씬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물질과 물질이 만나 소멸한 뒤 물질만 남았는데, 지구도 물질-반물질 간 비대칭 덕에 존재하는 셈이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비대칭이 우리 세계와 '거울세계'의 물리법칙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실험결과 원자핵을 묶는 힘에는 이 물리법칙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현대물리학의 수수께끼로 남았다.

'액시온'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고안한 입자로, 물질-반물질 간 비대칭을 설명해 줄뿐 아니라 우주를 채우는 미지의 물질인 암흑물질일 가능성도 있다. 현대물리학의 두 가지 난제를 풀 해답인 셈이다.

제 1저자인 이수형 연구기술위원은 "워싱턴대가 30년 이상, 예일대가 10년 이상 연구해 온 데 비해, 이번 프로젝트 CAPP-8TB는 2017년도에 시작했으나 빠르게 실험 수준을 따라잡았다"며 "지금보다 두 배 넓은 질량 범위를 6개월 이내에 탐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검출기를 향상시켜 작은 신호영역을 더 빠르게 탐색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물리학회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지난 14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swiss2pac@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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