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대미 담화 등판하며 ‘실세 중 실세’ 과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2019년 3월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 참배를 수행한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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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2일 올해 들어 두 번째 담화를 발표했다. ‘미국 대통령이 보내온 친서는 조미(북미) 두 수뇌분들 사이의 특별한 개인적 친분관계를 잘 보여주었다’는 제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김여정은 앞서 3일엔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3일 담화에선 한국을 향해, 22일 담화는 미국을 향해 북한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여정의 북한 내 공식 직함은 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하지만 이달 들어 대남, 대미 담화를 잇달아 내며 김 위원장을 대신해 북한의 대외적 입장 표명을 전담하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그간 대남 담화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대미 담화는 외무성이 주로 맡아왔다. 김여정이 김 위원장의 혈육이자, 백두혈통으로서 직책과 업무에 상관없이 직접 담화에 나서면서 ‘실세 지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여정은 본인의 직책인 당 조직지도부 역할을 넘어 외교·안보 분야를 아우르며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며 “우리로 치면 사실상 국가안보실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해 10월 16일 공개한 사진. 김 위원장 양쪽에 김여정(왼쪽)과 조용원(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 말을 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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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중 실세인 김여정이 직접 담화를 냄으로써 메시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과 나름의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운 껄끄러운 얘기를 김여정이 ‘악역’을 자처하며 대신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3일 담화에서 자신들의 군사훈련을 ‘자위력 방어’ 일환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향해 “겁먹은 개”, “바보스럽다”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22일 담화에서도 “지금 이 순간도 미국이 열정적으로 ‘제공’해주는 악착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발전하고 스스로 자기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를 비꼬았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삼가며, 정상 관계는 김 위원장의 몫으로 남겨놨다.
김여정이 청와대를 맹비난한 담화를 낸 다음 날,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친밀한 정상 관계를 과시하는 친서를 보낸 것도 이 같은 역할 분담에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김여정은 이번 담화에서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친서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국가수반으로서 정상적인 외교를 하고, 김여정은 김 위원장의 ‘속마음’을 담화를 통해 대신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과 미국에 북한 입장을 보다 분명히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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