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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신도들 억지로 못 막아” 권고 무시… 주민들은 “너무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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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강행’ 일부 민폐교회 백태 / 전광훈 목사 사랑제일교회, 외부인 통제 / 팔 닿을거리 촘촘히 앉아… 지침도 위반 / 점검 나온 공무원 “폐쇄명령까지 가능” / 체온 재고 문진표 작성…절차 지킨 곳도 / 대구선 대기총 소속 8곳 주일 예배 열어 / 부산에서는 교회 3곳 중 1곳 강행 확인 / 인근 지역 주민들 “예배 중단하라” 항의 / “나도 모르게 감염원…” 플래카드 내걸기도

세계일보

22일 오전 대구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신도들이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정부의 종교시설 운영 중단 권고에도 이날 대구 8곳을 포함해 전국에서 일부 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 대구=뉴시스


정부의 권고가 나온 이튿날인 22일, 일부 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강행하면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와 경찰이 예배 현장점검에 나선 가운데, 주민들도 집회 형식의 예배를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의 72%를 차지하는 대구에서도 이날 일부 교회가 주말 예배를 열어 인근 주민의 반발을 샀다.

이날 오전 전광훈(구속)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목사가 설립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 교인들은 교회에서 직선거리로 300여m 떨어진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 앞까지 하늘색 조끼를 입고 나와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이에 교회로 올라가는 골목 입구 곳곳에선 몇 분 간격으로 교인들과 행인들의 시비가 붙었다. 한 행인은 반려견을 안고 지나가다가 “모이지 말라는데 왜 모이느냐”며 소리를 질렀고, 교인들이 행인에게 몰려들어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교인들은 현장점검을 나온 공무원들에게 “당신들은 교회도 안 다니느냐, 부모도 없느냐”며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인들은 그러면서도 ‘전광훈 석방, 문재인 탄핵’이라고 적힌 서명지를 꺼내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서명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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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현장 예배를 강행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현장점검을 나온 서울시·구청 직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사랑제일교회에는 많은 교인들이 서로 팔이 닿을 정도의 좁은 공간에 모여 예배를 봤다. 이는 정부 지침 위반에 해당한다. 시 관계자는 “벌금을 부과해야 하고 폐쇄명령까지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장점검 대상인 시내 교회는 총 2200곳가량이다. 이 중 현장 예배를 강행하는 작은 교회에 대해서는 구청에서 2인 1조로 점검하고, 사랑제일교회를 포함한 대형교회 9곳에 대해서는 시에서 점검에 나섰다.

이날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 구로구 연세중앙교회, 송파구 임마누엘교회 등도 예배를 진행했다. 교회 관계자들은 “예배당에 나오고 싶은 분들을 억지로 막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최선의 안전 조치로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인들은 입구에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열감지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는 등 소정의 절차를 거쳤다. 평소 같으면 교회 안팎이 삼삼오오 모여 한 주간 있었던 일에 대해 담소를 나누는 신도들로 북적였겠지만, 이날 교회를 찾은 교인들은 마스크를 쓴 채 서로 별다른 대화를 주고받지 않고 곧바로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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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의 한 교회에서 시민들이 간격을 벌린 채 예배를 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에서도 곳곳에서 주말 예배가 열렸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기독교총연합회(대기총) 소속 1482개 교회 가운데 8개 교회는 이날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시 남구에 있는 한 개신교회는 종교시설의 예배를 자제해줄 것을 대구시와 정부가 요청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시는 예배 자제를 권고했지만 강제할 수 없는 까닭에 교인 발열 체크, 손 소독, 착석 시 2 간격 유지, 마스크 착용, 참석자 명부 작성, 식사 제공 금지, 시설 소독 등 7가지 지침을 준수할 것을 통보했다. 대구시는 대구지방경찰청과 함께 이날 대기총에 소속하지 않은 신천지대구교회, 대순진리회, 하나님의 교회 관련 시설 77곳에 대한 특별합동점검을 실시했다.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는 이날 코로나19 사태 종식 때까지 모든 예배와 모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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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정부가 종교 집회 등 밀집 행사 중단을 강력히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22일 예배를 강행한 구로구 연세중앙교회 앞에서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지역에서도 교회 1612곳 중 538곳(33.4%)이 예배를 강행했다.

감염을 우려한 교회 인근 주민들의 항의 집회도 열렸다. 수궁동 주민방역 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 앞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현장 예배를 멈춰달라”며 예배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인근 주민들로 꾸려진 대책위는 ‘무증상 감염, 나도 모르게 감염원이 될 수 있다’, ‘방역만으로 막을 수 없다. 영상예배로 전환하라!’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미사를 중단한 서울 중구 명동성당은 개인 기도를 하러 찾아오는 교인들을 위해 대성당만 임시 개방했다. 오는 24일 열릴 예정이었던 초하루 법회를 취소한 서울 종로구 조계사도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일부 신도들만 대웅전에 띄엄띄엄 앉아 예불하거나, 탑 주변을 돌며 기도를 올렸다.

안병수 기자, 전국종합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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