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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버스기사 ‘春來不似春’… “봄나들이 승객 급감에 생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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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 업계도 위기감 고조 / 시외·고속버스 승객 1년새 60% ‘뚝’ / 시내버스도 코로나 이후 34% 줄어 / 지자체 신고 땐 최고 50% 감회 가능 / 일부 기사 3월 중 하루 근무 ‘울상’ / 고용유지지원 받아도 월급 반토막 / 업계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해야”

세계일보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에 시내버스 정류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3월 들어 딱 하루 근무했습니다. 부모님과 자녀들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인데 막막한 상황이죠.”

12년째 경기 지역의 한 버스회사에서 근무해 온 시외버스 운전기사 A(4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근 버스 운행 횟수가 급격히 줄어 집에서 대기만 하는 날이 허다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A씨의 평소 한 달 근무 일수는 17일 정도이지만, 이달 1일부터 지난 19일까지는 단 하루만 운행에 투입됐다. 최근 사측에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유급휴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A씨는 “이를 포함한다 해도 평소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임금을 받을 처지”라며 “버스 기사 대다수가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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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수원시외버스터미널에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뉴스1


예년 이맘때면 따뜻해지는 날씨에 나들이객 등의 버스 이용이 늘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확산세에 시민들의 이동이 급감하면서 버스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업체의 경영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고, 기사들은 줄어드는 수입에 생계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이들은 “‘시민의 발’인 버스는 단 한 명의 이용객이라도 있다면 운행을 멈출 수 없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22일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월요일(2일)부터 셋째주 수요일(18일)까지의 전국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수송 인원은 219만8969명과 61만839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54만5533명, 171만4808명)과 비교해 각각 66.4%, 63.9% 급감했다. 업체 수입금도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413억4278만원과 177억6896만원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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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올해 1월 셋째주 5106만2197명이었던 서울·경기 지역 시내버스 승차 인원은 2월 넷째주 3370만0312명으로 34%가량 감소한 상태다. 김순경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이사는 “3월까지는 어떻게 버틴다고 하지만, 4월을 넘어가면 업계 특성상 신용도도 낮고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가 많다 보니 금융권 대출도 잘 안 될 것”이라며 “이제부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출 급감에 따라 업체들이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이자 ‘일당제’ 형태의 임금을 받는 버스 기사들은 생계가 위협당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위성수 한노총 전국자동차노련 정책부국장은 “버스 기사들은 기본적으로 임금체계가 일당제로, 하루 일한 만큼 하루 버는 구조”라며 “전체적으로 근무 일수가 줄어들면 거기에 대한 임금 자체가 비례해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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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은 방학 기간 등 버스 이용에 대한 수요와 공급 간의 차이가 클 경우, 업체가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면 버스 종류에 따라 2∼50%까지 운행 횟수를 줄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운행 횟수를 줄인 업체가 대다수인 데다가 일부는 이를 넘어서는 수준으로까지 운행을 줄이면서 기사들의 우려도 커졌다. 15년차 버스기사 B(59)씨는 “회사가 (운행 횟수 관련) 공고문도 없이 일방적으로 감회를 통보했다”며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이 같은 일방적 처리에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는 “이미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이 체결돼서, 감회를 통해 (기사들이) 만근을 다 못했다고 해도 노조가 양해를 안 해주면 만근 일수만큼의 임금은 줘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로 인해 업체 입장에서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나와도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버스가 소수의 시민이라도 이용한다면 운행을 유지해야 하는 ‘기본운송수단’인 만큼 버스업종에 대한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과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 부국장은 “운수업종은 거의 전멸 상태이기 때문에 이걸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가 특별교부세 형태로 버스운수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통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수준이라도 좀 더 높아지길 바란다”며 “(현재 시행 중인)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은 시외·고속버스가 운행 횟수를 다 줄인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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