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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회사채 만기 쏟아진다…기업들 ‘4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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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3월 순발행액, 작년 절반도 안돼…전체 50조원 중 6조원이 4월 만기

신용 스프레드도 연일 ‘최악’ 거듭

정부, 채안펀드 10조원 긴급 조성 “어음도 위험, 산업은행 등 나서야”

경향신문

그래픽 | 윤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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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던 회사채 시장이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회사채 만기 도래 물량이 늘어나는 4월이 고비다. 정부는 10조원 이상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위기의 규모로 볼 때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20일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제외한 회사채의 전체 순발행액은 1조73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발행액(3조162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다음달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4월은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고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도 가장 크다. 올해 1∼12월이 만기인 국내 회사채 50조8727억원어치 중 4월 한 달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이다. 신용등급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중 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 현황을 보면 BBB+ 등급 대한항공은 4월 만기 회사채가 2400억원 규모다. 또 하이트진로(A·1430억원), 풍산(A·1000억원), SK건설(A-·560억원) 등도 다음달 만기가 돌아온다.

회사채 만기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것은 최근 수년간 기업들이 저금리로 싸게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회사채를 많이 발행해서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회사채 시장이 침체되면서 기업 신용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 스프레드가 연일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신용 스프레드는 83.8bp로 2012년 2월6일(85.0bp) 이후 8년여 만에 최대였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국고채보다 수익률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가 시장에서 외면받는다는 뜻이다.

정부는 우선 은행권 중심으로 1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다. 자금 소진 추이를 봐가며 필요할 경우 펀드 규모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2008년 당시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10조원)에는 은행이 8조원을 부담했고,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증권사 등이 나머지 2억원가량을 책임졌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08년에는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채안펀드의 역할은 단기간에 끝났다”며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충격은 금융 시스템이 아닌 보건 문제여서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에도 빠르게 해결되기 쉽지 않다. 채안펀드가 2008년 때보다 오래 유지되고 규모도 점차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어음(CP)도 위험한 상황이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통 문제는 회사채보다 CP 시장에서 먼저 터지는데 채안펀드에서 회사채만 커버하지 말고 CP 쪽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신용을 보강해 민간 회사들이 펀드를 조성하는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을 6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기업의 신규 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해 기업이 직접금융 시장에서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당초 자동차나 조선 등 업종의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항공 및 여행 등 대기업을 포함하는 방안도 정부는 검토 중이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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