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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무대 ‘보릿고개’…분투하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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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데미안’ 주목



경향신문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한 장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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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중에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주세요”. 코로나19가 공연장 풍경도 바꾸고 있다. 입장 전부터 마스크를 쓰고 원격 체온계로 열을 재고 소독제로 손을 비벼야 비로소 좌석에 앉을 수 있다. ‘하얀 꽃’처럼 마스크를 쓰고 앉은 관객들을 보며 무대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는 배우들의 ‘간증’도 이어진다. 공연 중단 소식이 잇따르고 있지만 중소규모 극장에선 여전히 분투하는 공연들이 있다. 최근 잇따라 막을 올린 창작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와 <데미안>은 대문호의 소설을 원작으로 독특한 연출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묻다

선과 악이 혼재하고 있는

인간의 모순적 본능을 묻고

피아노로 휘몰아치는 음악 이색


“우리에게 자유의지 또한 줬기에 우린 널 만들 수도 지울 수도 불태울 수도 있다. 고로 모든 것은 허용될 수 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무대화했다. 아버지 존속 살인 사건을 둘러싼 네 형제의 심리 묘사를 중심으로 선과 악이 혼재하는 인간의 모순적 본성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오래된 성당의 지하공간이 무대로 등장한다. 무대 한가운데는 아버지 표도르의 죽음을 보여주는 제단이 놓여있다. 제단을 중심으로 네 형제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드미트리의 감옥, 이반의 집필실, 알료사의 기도실 그리고 스메르쟈코프의 지하실이 구획됐다. 무대 위에 거울을 설치해 관객들이 인물들을 다른 시선에서 조감하도록 하는 등 좁은 공간을 꼼꼼하게 사용한 연출이 돋보인다.

휘몰아치는 음악도 이색적이다. 무대 후면에 놓인 피아노 한 대가 공연 분위기를 주도한다. 르네상스 음악에서 차용했다는 ‘가사 그리기’ 기법으로 장면과 가사의 분위기를 음의 높낮이로 표현한다. 원작의 방대한 서사는 네 형제의 이야기로 압축해 긴장감을 높였다. ‘대심문관’ 이야기와 같은 주요 모티브는 그대로 살려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몰입할 수 있겠다. 극의 메인 카피는 ‘우리 몸에 살고 있는 폭풍’. 등장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충돌하는 에너지가 강렬하다. 5월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

경향신문

<데미안>의 한 장면. 모티브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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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자아 찾기 성장통의 싱클레어와

그를 돕는 데미안 통해 내면여행

고정배역 없는 독특한 2인극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뮤지컬 <데미안>은 성장소설 대명사라 할 수 있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전쟁터의 폐허에서 젊은 군인 싱클레어가 죽어간다. 여기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과거를 천천히 여행하며 자신을 찾아간다. 진정한 자아를 찾아 성장통을 겪는 싱클레어와 그것을 지켜보며 돕는 데미안을 통해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고정된 배역이 없는 독특한 2인극이다. 남녀 배우가 한 명씩 ‘싱클레어’ 또는 ‘데미안’을 맡고, 크로머 등 소설 속 다른 인물이 되기도 한다. 이원론적 세계를 넘어서는 원작의 구도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다. 소품을 교체하는 짧은 퇴장을 제외하고는 두 배우의 호흡으로만 무대를 채운다. 관념적이고 쉽지 않은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다보니 극 흐름에 집중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원작 소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반응이 나올 것 같다. 4월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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