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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북 돌발 행동’ 관리 나섰나…트럼프, 김정은에 ‘방역 협조’ 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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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담화 공개…비핵화 협상 재개엔 “과욕 말라” 경계

미, 대선 앞두고 ‘견제’ 해석…“감염 0” 북, 제안 수용 미지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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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사진)으로부터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뜻이 있다는 내용의 친서를 받았다고 22일 공개했다. 코로나19 대응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에게 친서를 보낸 의중이 무엇인지, 북한이 미국의 방역협조 제안에 응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의향을 밝히면서 ‘북·미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친서를 받은 날짜는 설명하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최근 의사소통을 자주 하지 못해 자기 생각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시기에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친서를 보내며 위원장 동지와 훌륭했던 관계를 계속 유지해보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옳은 행동이라고 보며 응당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친서가 양국 정상 간의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주는 실례라고 긍정 평가하면서 “국무위원장 동지께 변함 없는 신의를 보내준 미국 대통령에게 충심으로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역 협조 제안’은 미국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와 관련해 각국에 대한 인도적 지원 구상의 일부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국무부는 코로나19에 취약한 나라들을 돕기 위해 1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과 이란 국민들 모두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친서에는 방역 협조와 인도적 지원 목적 외에 정세관리를 위한 전략적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과 코로나19 대응으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고 대선에 영향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정상 간 신뢰를 앞세워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친서가 북·미 대화 조기 재개로 이어지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부부장도 담화에서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에로 줄달음치게 될 것”이라고 경계를 나타냈다. 또한 “조·미(북·미)관계와 그 발전은 두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놓고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북한의 결심에 따라서는 ‘방역 협조’를 고리로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제로’를 주장하면서 방역체계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북한이 미국의 방역 협조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적도 없고, 국제기구와 단체들의 방역물품 제공 제안에도 국경을 열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친서를 보내고 북한이 이를 긍정 평가하며 공개한 것 자체가 나쁘지 않은 신호”라며 “실제 북·미 간 방역 협조가 이뤄지면 남북 간 의료·보건 분야 협력의 공간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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