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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런 상황 두세달 가면 수출입 중소기업 곡소리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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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최전선 관세사 3인 긴급진단

“교역 파트너국 기업들 멈춘 느낌

원자재 공급망에 심대한 타격

버텨낼 수 있는 기업 많지 않다”

“항공노선 줄며 물류비까지 급등

업체 다 죽은 뒤 운임 깎아줄건가”

정부의 발빠른 대응책 호소

중앙일보

국제선 항공기 운항이 줄면서 항공화물 운임이 비싸졌다. 항공사 '셧다운'도 시작됐다. 이스타항공은 24일부터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까지 모든 노선을 한 달간 운영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16일 인천국제공항에 계류된 항공기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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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로 앞으로 석 달만 더 지속한다면, 수출·입 현장에서는 곡(哭)소리가 나올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확산하면서 무역 현장에서 이런 우려가 터져나왔다. 수·출입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구조상, 국내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주춤하더라도 해외 시장과 공급처가 막힌다면 한국 경제는 또다시 휘청일 수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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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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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관세사들이 바라본 코로나19 위기는 어느 정도일까. 관세법인 대유의 정화신 대표 관세사, 영인의 여창은 대표 관세사, 패스윈의 김현철 대표 관세사를 지난주 인터뷰했다. 관세사는 기업의 통관 업무를 주도해 처리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세 사람 모두 “현재 같은 수준으로 코로나19가 퍼진다면, 버텨낼 수 있는 수출 중소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화신 관세사는 “현재까지는 당장 물동량이 줄어든 것보다, 교역 파트너 국가의 현지 기업들이 멈춰 서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유럽과 미주 등에서도 재택근무 등이 일상화되면서, 현지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일 등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위기가 우리 업체들의 공급망 관리(SCM)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창은 관세사는 “이탈리아의 발사믹 생산공장 등에 발주를 넣어도, 현지 직원 중 대다수가 출근하지 않아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 등의 생산공장이 멈춰 서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구매대행 업체들도 물건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산업 전반으로 영향이 퍼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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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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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관세사는 “인천항에서 시작된 여파가 부산항으로까지 번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천항에서는 주로 중국 같은 아시아 국가와의 단거리 교역이, 부산항에서는 미주나 유럽 같은 장거리 교역이 중심이다. 2월까지 한국은 선방을 한 편이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4.3% 증가한 412억 달러를, 수입은 1.5% 증가한 372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미국과 유럽으로 번지면서 3월 이후 수출입 분위기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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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에 일평균 수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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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항공업 불황은 수출·입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최근 항공업 불황으로 인한 항공운임의 인상은 무역업계 전반에 상당한 충격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일 항공노선의 경우 57개에 달했던 노선이 3개(6일 기준)로 94.7%나 줄어든 상태다. 여객용 항공기에도 일부 수출화물을 선적하는 만큼 노선의 중단은 항공화물 운송 캐파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항공 수화물의 물류비가 오르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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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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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화물의 종류나 화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유럽노선의 경우 지난해 ㎏당 약 1.7유로 받던 운임이 현재는 ㎏당 2.5유로 이상을 내도 화물을 실을 적재 공간을 구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여창은 관세사는 “이런 상황이 두세달만 이어진다면 수출·입 업체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이 다 무너진 다음에 아무리 항공 운임을 깎아줘 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며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을 호소했다.

관세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적어도 올여름 이전에는 어느 정도 잡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화신 관세사는 “아직까진 무역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재 같은 상황이 여름을 넘어가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여창은 관세사 역시 “한국뿐 아니라 교역대상국에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히는 게 중요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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