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불안해진 30대 혼인 미뤄
외환·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상황
구조적 결혼 감소로 이어질 수도
코로나19가 구조적인 결혼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결혼 적령기인 30대의 일자리 기반을 흔들 수 있어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굵직한 경제 위기 이후에는 혼인 감소가 뒤따랐다. 21일 통계청 ‘연도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추락했다. 96년 9.4명에서 2002년에는 6.3명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부터 2년간 역시 급감했다. 2012년부터는 성장률 2~3%대 장기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혼인율이 계속 낮아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째인 지난해 성장률(2.0%)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였고, 조혼인율(4.7명)도 관련 통계를 작성한 70년 이후 가장 낮았다.
경기가 침체하면 혼인이 줄어드는 이유는 소득과 직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배우자감으로 ‘합격률’이 높은 사람이 줄기 때문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201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30대 남성의 경우 소득이 높고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일수록 결혼 비율이 높다.
경기 침체가 혼인 감소로 이어져 출산율을 낮추고, 줄어든 인구로 인해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아동수당 등 현금 지원은 혼인·출산 장려 효과가 낮고 재정만 낭비할 공산이 크다”며 “제조업 등 주력 산업에서 안정적 일자리가 늘도록 산업 정책을 바꿔야 혼인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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