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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기고] 보건·복지는 한몸 아냐…독립부처로 분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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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코로나19 사태로 온 나라가 전염병의 두려움에 움츠러들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는 것조차 두려운 실정이다. 이 여파로 소비와 생산이 급격히 위축되어 경제에도 한파가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사태를 총괄하고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해야 할 보건복지부 장관의 헛발질은 민심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와 관련된 '겨울모기'와 '내국인 감염원' 논란은 비록 그 의도가 선했다 하더라도 국민의 염려와 인식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었다. 최근 한 시민단체는 중국인 입국을 제때에 막지 않은 것이 사태를 더욱 확산시켰다며 박능후 장관을 고발했다. 대규모 전염병에 나라가 홍역을 치를 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미숙한 대처와 언행으로 빈축을 산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메르스가 창궐했을 당시 '메르스 때문에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말로 논란을 자초했었고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을 공개하라는 안팎의 요구를 묵살해 병원이 감염병 확산의 주무대가 되어버리는 황당한 사례가 속출했다.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 전문가가 아니면 사안을 정확히 꿰뚫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힘든 상황에서 비전문가가 상황을 지휘하다 보니 부적절한 발언, 뒤늦은 대처, 어설픈 처방이 난무하는 것이다. 두 분 장관은 사회복지, 연금 부문에서는 최고의 전문성을 보유한 인사였지만 보건과 의료에 대한 전문성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보건과 질병 관련 재해의 빈번한 발생과 대응능력, 지속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변종 바이러스의 유행, 높은 인구밀도로 인한 취약성을 고려하면 지금과 같이 복지와 보건을 뭉뚱그려 하나의 부처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복지 분야는 정치와 경제의 논리가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보건 분야는 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한 과학과 의료의 논리로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메르스 사태 후,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으로 승격했지만 미흡했다. 청 승격이나 담당차관제 등 또 한 번의 땜질처방으로 이번 사태에 대응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보다는 현장 상황을 잘 이해하는 보건·의료 전문가가 이끄는, 기능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위기 시 총괄할 독립된 장관급 부처를 신설하는 것 등으로 보건의료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조직 규모가 방대할 필요도 없어 일상적 상황과 비상적 상황에 따른 자원 동원에 신축성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다.

흔히 정부 조직 개편이나 인사 운영을 이야기할 때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하는 논의에 매몰돼 장관 수를 몇 명으로 할 것인가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과거의 형식과 틀에 얽매이기보다 인구구조와 산업구조 변화를 고려해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지고 정책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적 요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변화의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수십조 원의 막대한 예산과 수만 명의 공무원들을 통솔하는 장관급 부처를 너무 자주, 쉽게 개편하고 신설하는 것이 쉬운 것도,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또 장관의 정무적 능력이 완전히 배제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한다면 그에 맞서 싸우는 행정부도 유연함을 바탕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지지 않는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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