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마스크, 전자레인지로 소독한다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2도까지 떨어지며 영하권 추위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두터운 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길에 오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지치게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웃음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비말감염을 막기위해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으며,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일상화되기까지는 방역 당국과 언론이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다'는 정보를 접한 A씨가 지폐를 소독하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가 지폐를 태워먹은 사연이 언론에 소개돼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안겨주었지요. 그런데 언론에 보도된 A씨의 사례 외에도 의외로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없애려고 시도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경북 포항의 A씨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소독한 뒤 지폐를 사용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5만원권 36장(180만원)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는데 지폐가 타버린 것이지요. A씨가 한국은행을 찾아가 새돈으로 교환받은 금액은 95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손상된 지폐는 정상적으로 남은 면적에 따라 금액을 교환해주는데 40~75%면 절반, 75% 이상이면 전액 새돈으로 교환해주기 때문입니다. 딱 절반 정도만 건진 셈입니다.


강원 춘천의 B씨는 5만원권 20장(100만원)을 전자레인지로 소독하다 태웠으나 다행히 일부분만 훼손돼 전액을 돌려받았다고 합니다. 부산의 C씨는 1만원권 39장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리다 6만원을 날렸습니다.


지폐는 많은 사람이 함께 사용하니까 소독의 필요성을 느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마스크마저 구하기 어려워지니 전자레인지에 넣어 소독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폐와 마스크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소독하면 대부분 타버리고 맙니다. 지폐와 마스크가 전자레인지 안에서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된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라는 전자기파를 발생시킵니다. 이 마이크로파를 흡수한 음식물 속의 물 분자가 격렬한 회전운동을 하면서 음식의 온도가 올라가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는 항상 전용용기를 사용합니다.


유리나 도자기 등 전자기파를 통과시킬 수 있는 용기를 사용하거나, 플라스틱 용기 중에서는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용기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용기의 재질은 '금속'입니다. 스테인레스 용기는 물론이고, 알루미늄이나 은박지로 감싸도 안됩니다.

아시아경제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렸다가 타버린 지폐. [사진=한국은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금속성 물질들은 전자기파를 반사하는 성질이 있어 용기 안의 음식물을 데우지 못합니다. 특히 뾰족하거나 얇은 형태의 금속 주변에 전자기파가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해 금속이 빨리 가열되고 스파크가 일어나게 됩니다. 전자레인지 내부의 스파크가 가정의 화재로 커지는 경우가 없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해지는 것이지요.


지폐가 타버린 것도 지페에 금속 성분이 함유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폐에는 위조방지를 위한 은색의 점선과 숨겨진 선, 홀로그램 등의 기술이 감춰져 있는 것이지요. 대부분 금속성을 함유한 전도성 소재가 사용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전자기파가 집중되면서 발화하는 것입니다.


마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스크에도 코부분에 고정을 위한 철심이 삽입돼 있습니다. 이 철심 때문에 발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하기 어려워도 전자레인지에 넣어 소독해서 다시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과감하게 버리기기 바랍니다.


지폐도 찝찝한 느낌이 든다면 만진 이후에 손을 씻으면 되지 않을까요? 사용하는 도구를 소독하려고 하지말고 손을 한 번 더 씻는 것이 어떨까요? 어떤 물건을 만지거나, 외출 때 엘리베이터 버튼, 문손잡이 등을 만졌다면 손을 씻는 것이 더 낫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