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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마스크만큼 귀해졌지만 강원도 감자 어디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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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감자 ‘매일 완판’ 주역, 도청 ‘막내비서’ 황푸름씨

재고 1만톤 처분 위해 쇼호스트로 나서 1400상자 1분에 해결

지사를 ‘문순씨’로 부르며 진행…“농민들 감사 인사가 큰 힘”

경향신문

강원도청 ‘막내비서’ 황푸름씨(왼쪽)가 최문순 강원지사와 함께 코로나19로 판매가 급감한 저장감자를 홍보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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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고 뭐고 감자를 사야 심신에 평화가 찾아올 것 같아요.”

요즘 소셜미디어에는 ‘감자 없는 이’들의 아우성이 가득하다. 강원도가 지난 11일부터 판매 중인 감자 이야기다. 감자 10㎏이 단돈 5000원. 매일 오전 10시 하루 최대 1만 상자의 감자가 풀리지만 1분도 안돼 동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웬만한 아이돌 콘서트보다 주문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로 ‘포케팅’(포테이토+티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강원도 ‘막내비서’ 황푸름씨(30)는 강원 감자 열풍의 숨은 주역이다. 고객만족(CS)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황 비서의 트위터는 자칫 예민해질 수 있는 포케팅 실패자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인다. 한꺼번에 100만명이 넘는 이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됐던 12일 밤엔 “여러분 감자는 어디 가지 않습니다”라며 놀란 구매자들을 ‘진정’시켰다. 다른 농산물 판매 계획을 묻는 질문엔 “#감자가_먼저다”라며 재치 있게 답했다.

“감자 인기가 길어봤자 얼마나 갈까 했는데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네요(웃음).”

17일 강원도청에서 만난 황 비서의 하루는 여전히 감자로 시작해 감자로 끝났다. 매일 오전엔 최문순 강원지사, 농정국 직원들과 함께하는 ‘감자대책회의’에 참여하고, 그 후엔 구매자들이 트위터나 구매페이지에 남긴 문의에 답변한다. 감자 판매를 시작한 지난 11일부터는 오후 10시를 넘겨서야 겨우 퇴근한다.

“친구들도 ‘감자를 언제 살 수 있냐’고 물어봐요. 네가 구매 버튼을 누를수록 내 퇴근이 늦어진다고 잔소리를 하죠. 얼른 감자를 다 팔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웃음).”

경향신문

트위터로 감자를 팔아보자는 아이디어는 최 지사가 냈다. 4월 햇감자가 나오기 전까지 팔아야 할 감자가 1만1000t이 쌓여 있었다. 가격만 낮춘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김숙영 홍보비서관은 ‘홈쇼핑’ 형태를 제안했다. 최 지사와 쇼호스트로 나설 사람을 물색하던 김 비서관의 눈에 자칭 ‘비서실 내 유일한 관종’인 막내비서가 들어왔다.

“공무원들이 원래 얼굴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데 저는 전혀 거부감이 없었어요. 지난해 원주에서 열린 무역박람회 때는 유튜브 라이브로 현장 리포터를 했어요. 원래 20분 하던 거 저는 1시간 내내 떠들다가 지사님께 ‘방송 체질’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죠.”

황 비서도 감자의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첫날 준비한 1400상자가 1분 만에 동났을 땐 기쁘기보다 얼떨떨했다. 서버가 폭주한 지난 14일엔 하루에 전화통화만 수십통 했다. “농정국 감자담당 과장님들은 하루에 전화를 1000통 넘게 하세요. 저보다 더 고생하시죠.”

농민들의 감사 인사는 큰 힘이 됐다. 감자 선별을 돕던 황 비서에게 한 농민은 “도에서 팔아주지 않았으면 다 버려야 했을 것”이라며 인사를 했다.

“많은 분들이 공무원들이 펜대만 굴려 실효성 없는 정책을 만든다고 생각하시잖아요. 그런데 비서가 되고 보니 정말 많은 사람이 고민과 협의를 거쳐 정책을 내놓더라고요. 이번엔 현장 반응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더 뿌듯했죠.”

황 비서의 유튜브 계정명은 ‘문순C 막내비서 푸름C’다. 일부 누리꾼들은 막내비서가 도지사를 ‘문순씨’로 부르는 것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황 비서는 막내도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고, 그 의견을 존중해주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감자 판매’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여전히 감자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감자 인사’를 전했다. “많은 분들이 지치셨을 것 같은데 감자는 어디 가지 않습니다. 강원도 감자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자’합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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