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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정부가 나서도…양육비 3명 중 2명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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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관리원, 5년간 이행금액 666억 달했지만 기대 못미쳐

인력부족에 복잡한 절차와 소송 중심 이행제도 탓으로 저조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ㄱ씨는 이혼 당시 아이들의 아빠로부터 월 60만원의 양육비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큰 식당을 운영하는 전남편은 몇 년이 지나도록 단 한 푼의 양육비도 지급하지 않았다. 출산 후 경력단절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던 ㄱ씨는 여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관리원)을 통해 양육비 이행명령을 신청했다. 이후 1년여간 각종 행정절차와 소송이 이어졌고 ㄱ씨는 끝내 승소를 거뒀지만 받을 수 있는 돈은 한 푼도 없었다. 1년여의 기간 동안 전남편이 자신 소유의 식당을 아버지 명의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전남편 측은 재산이 없으니 줄 돈도 없다고 주장했고 ㄱ씨는 현재도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 둘을 홀로 키우고 있는 ㄴ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친한 지인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던 전남편은 결혼생활 당시 월 소득이 약 4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월 80만원의 양육비는 이혼 후 단 한 번도 지급하지 않았다. 소송 과정에서 ㄴ씨는 전남편이 기존 직장을 그대로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은 220여만원으로 급감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양육비는 최저생계비(올해 185만원) 초과분만 받을 수 있는 만큼 ㄴ씨가 받을 수 있는 양육비는 최대 30여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ㄴ씨는 전남편이 가까운 사이인 회사 사장에게 부탁해 급여 명세서를 허위로 축소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4일 발표한 관리원의 지난 5년간 실적을 보면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양육비 이행이 이뤄진 경우는 3건 중 1건꼴로 저조했다. 관리원은 한부모가족이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상담과 협의, 소송 및 추심 등을 수행하는 전담기구로 2015년 설립됐다.

관리원이 설립된 이래 양육비 이행 신청은 2만157건 접수됐고 이행의무가 확정된 1만6073건 중 5715건에 대해 양육비 이행이 이뤄졌다. 누적 이행률은 35.6%이고 이행금액은 666억2400만원에 달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난해 이행률이 다른 때에 비해 많이 올랐다. 지난해 양육비 이행 관련 법들이 발의되고 배드파더스를 통해 양육비를 주지 않는 사람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등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육비가 이행되지 않은 경우가 여전히 2배가량 많은 실정이다. 관리원의 인력 부족과 양육비를 받아내기까지의 복잡한 절차, 소송 중심의 양육비 이행제도가 저조한 이행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관리원이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소송 업무를 위탁하고 있지만 상담 및 소송·추심 등을 수행하는 관리원의 전체 인력은 70명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는 자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제재 조치인 ‘감치’ 업무 담당자는 단 2명에 그치고 있다.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의 구본창 대표는 “관리원 인력이 적다보니 처리하는 데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비양육자는 그 기간 동안 재산을 은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양육비 이행법은 관리원이 소송 등 실질적 절차에 돌입하기 한 달 전에 비양육자에게 양육비 이행청구서를 고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채권 추심에 관련된 법 중 채무자에게 넉넉한 사전 고지 기간을 규정하고 있는 법은 양육비 이행법이 유일하다. 이 밖에 양육비 이행청구에서 승소했다 하더라도 상대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별도의 추심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등 소송에만 맞춰져 있는 절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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