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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피해자 대부분 아동·청소년·여성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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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엄벌 지시 배경

‘익명에 기대 잡히지 않는다’ 디지털 성범죄 인식에 ‘경종’

회원 26만명 전원 조사 지시…불법영상물 수요 차단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경찰에 지시한 것은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불법영상물을 찍게 한 뒤 돈을 받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유료 회원들에게 유통한 범죄 행태가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엄벌이 필요한 중대 범죄라는 것이다. 특히 아동·청소년이 범행 피해자라는 점이 문 대통령이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성범죄는 허술한 법망을 빠져나가며 새로운 유형의 범죄를 만들고 있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익명성에 기대 빈번하게 자행되는 디지털 성범죄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성범죄는 잡히지 않는다’는 인식 자체를 바꿈으로써 범죄 시도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익명성이 있으면 잡히지 않는다는 범죄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겠다. 나머지 주요 가해자들도 경찰이 끝까지 추적해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주목되는 건 문 대통령이 최대 26만명으로 추산된 ‘n번방’ 회원 전원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점이다. n번방 운영자뿐만 아니라 돈을 내고 성착취 불법영상물을 받아 본 다수의 회원도 위법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불법영상물의 제작·유통뿐 아니라 불법영상물을 보는 행위 자체가 범죄라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불법영상물의 수요를 차단해 디지털 성범죄의 동기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 보호가 중요하다. 사후 적발뿐만 아니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영상물 삭제뿐 아니라 법률·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플랫폼을 옮겨가며 악성 진화를 거듭해온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필요할 경우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률 개정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유은혜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코로나19에 대한 학교 방역 상황 등을 보고받은 뒤 “n번방 사건 관련 피해자와 가입자 중 학생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부와 여가부가 학생의 성감수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정제혁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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