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the300]전제조건은 '4월개학' 무산

개나리는 피었지만 학생은 없다. 2020년 3월 전국 초등·중·고등·대학교의 현실이다. 코로나19 그림자가 학교에 드리우자 개학이 연기됐다. 그 기간이 한달을 넘었다.

정부는 4월6일에 '알람시계'를 맞췄다. 4월 개학을 목표로 '코로나19 잡기'에 혈안이다. 4월 개학은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진행하기 위한 '마지노선'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15일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하게 권고한 것도 개학시기와 맞물려 있다.

4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면 방학을 줄이고 11월 수능을 12월로 미뤄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더 늦으면 어렵다.

하지만 4월 개학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언제, 어디에서 집단감염사례가 나올지 모른다. 여전히 매일 확진자 수십명이 추가된다.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지역 학교 먼저 문을 연다면 형평성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입을 피해를 간과할 수 없다.

정부가 나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 이용 자제를 권고한다. 교회까지 문을 닫았다. 학교 역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더구나 학생들은 누군가의 '자녀'다. 개학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3월 개학을 연기할 당시에도 오히려 학부모 상당수가 연기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주만에 상황이 급변해 개학이 바라는 건 요행에 가깝다. 4월이라는 '마지노선'마저 뚫린다면 청와대와 정부는 새로운 '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러면서 '9월학기제'가 다시 고개를 든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0.03.19. 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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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쥔 청와대는 아직까지 몸을 낮추고 있다. 당장 꺼낼 순 없는 카드라서 최대한 입조심을 하는 모양새다. 4월개학이 무산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선책'인 9월학기제를 거론하는 자체가 부담이다. 방역실패를 청와대가 예견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9월학기제 시행을 개학시기와 연계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와 교육부는 내부적으로 이미 9월학기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나리오별 대책'을 만들어두겠다는 '유비무환' 정도라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의견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주말 김경수 경남지사가 SNS를 통해 9월학기제를 언급한 것도 여론을 살피기 위한 일종의 '발롱데세(여론의 동향을 탐색하기 위한 여론 관측 수단)'로 풀이된다.

9월학기제가 도입되면 주요 선진국들과 '연동' 문제를 해결해 해외유학생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 학생이 유학을 가기도 편해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3월에 1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이다.

다만 '과도기'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혼란과 비용이 걸림돌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초중고에 9월학기제를 도입하면 12년간 최대 10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다른 정부도 검토했던 제도"라며 "물론 그러면 안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돼 개학이 또 연기되고 최악의 상황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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