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링컨의 MKZ를 기반으로 한 오토X의 자율주행차./ 임수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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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토X의 자율주행차 시험주행 중 엔지니어가 핸들에서 손을 떼 허벅지에 두고 있다./ 임수정 기자
3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있는 ‘오토X’ 실리콘밸리 사무실 전경./ 임수정 기자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X(AutoX)’는 실리콘밸리에서 최초로 로보택시(Robo Taxi·자율주행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다. 2월 26일(현지시각) 오후 1시 오토X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 새너제이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오토X 자율주행차의 시험주행이 국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자리 보조석에 탑승하자 운전석에 앉은 엔지니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물었다. "이 지역은 처음이니 근처 공원을 구경시켜 주세요"라고 답했다. 엔지니어가 대시보드 중앙에 설치된 태블릿 PC에 경로를 입력한 뒤 시작 버튼을 누르자 핸들이 저절로 돌아가며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간 오토X 자율주행차는 도로에 진입하자 쫓기기라도 하듯 속도를 높였다. 뒷자리에 동승한 오토X 최고운영책임자(COO) 주엘 리(Jewel Li) 박사는 "일반 도로에서는 45마일(72㎞)로 달리도록 설정돼 있어 속도를 높입니다"라고 설명했지만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옆 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변경하자 오토X 자율주행차는 깜짝 놀란 듯 급격하게 속도를 줄였다. 불안감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은 일방통행로에서 갓길 주차한 차량을 만났을 때였다. 오토X 자율주행차는 갓길에 주차된 차량을 오른편에 두고 직각에 가까운 각도로 급커브를 돌았다. 어시스트 그립(차량 문 안쪽 상단 보조 손잡이)을 잡고 싶은 마음이 들 때쯤 목적지로 설정한 공원에 다다랐다.
공원에서 오토X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은 올 때와는 다른 경로였다. 오토X 자율주행차의 운전 실력이 180도 달라진 느낌을 받았다. 스쿨존에 들어서자 자연스럽게 제한속도인 25마일(40㎞)로 속도를 낮췄고, 도로 공사 현장 주변에 세워둔 러버콘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피했다.
10여 분간 주행을 마친 뒤 주엘 박사는 소감을 물었다. "너무 급격하게 속도를 줄여서 불편하게 느껴졌어요"라고 말하자, 주엘 박사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중국에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지난주부터 시스템에 변수 몇 개를 추가해서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오토X 드라이버(오토X의 자율주행 시스템)’가 주변 차량이나 보행자를 이전보다 과도하게 살피며 운전하더군요."
이어 주엘 박사는 중국 선전에서의 오토X 드라이버 시험주행 영상을 보여줬다. 교통체증은 일상이며 양보를 모르는 중국 운전 문화 탓에 끼어들기가 난무했다. 음식 배달 오토바이는 신호를 무시하고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오토X 드라이버는 사고를 피하고자 소심하게 운전하는 ‘생존전략’을 선택했고, 그 결과 자주 감속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2016년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의 한 차고에서 창업한 오토X는 현재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중국과 홍콩 등 총 8곳의 글로벌 거점을 확보했다. 오토X는 완전자율주행을 목표로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인 인식·판단·제어에 이르는 풀스택(Full-stack·운영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전반을 다루는) 기술은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5세대 이동통신(5G) 기반 V2X(Vehicle to Everything·차량과 사물 간 통신), 3D 고정밀 지도 등 자율주행 인프라 기술까지 개발하고 있다.
◇"돈 되려면 운전자 없는 차 나와야"
오토X는 새너제이 지역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로보딜리버리(자율주행차 기반의 배달) 서비스, 2019년부터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일반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일반인 상대로 제공한 회사는 오토X가 처음이다. 하지만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의 상용화를 허용하지 않는 캘리포니아주 제도 때문에 새너제이 지역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오토X는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협력해 올해 안에 중국에도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에 투입되는 자율주행차는 모두 100대가량. 하지만 중국 역시 로보택시 서비스의 상용화는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오토X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네바다·텍사스주를 비롯해 중국 정부와도 로보택시 서비스 상용화를 논의하고 있다. 주엘 박사는 "우리가 매출을 내려면 말 그대로 ‘운전자가 없는 차(Driverless Car)’가 나와야 합니다. 올해 안에 몇몇 지역에서는 운전자 없는 차를 선보일 겁니다"라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오토X 최고운영책임자(COO) 주엘 리
"중국 시장은 강자(强者)만이 뛰어든다"
주엘 리 |
델라웨어대 컴퓨터과학 박사, IBM왓슨연구소 연구원
"자율주행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유명한’ 중국 기업들이 그 시장에 진출해서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많은 중국 기업이 자율주행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하자 주엘 박사로부터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자율주행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중국 기업은 오토X를 비롯해 바이두, 포니.ai, 디디추싱 등 4곳 정도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 시장은 웨이모와 크루즈, 아르고AI, 오로라, 뉴로, 앱티브, 우버, 애플까지 수많은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데, 이에 비해 중국은 경쟁이 덜한 시장이어서 ‘승산’이 있다고 했다. 오토X의 강점을 묻자 주저 없이 "오토X의 자율주행 기술 그 자체"라고 말했다.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에 관해 설명해달라.
"미국 시장은 우리의 시장이 아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다르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전자상거래 회사로 알고 있지만, 알리바바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알리바바의 가오더 지도 앱을 통해 디디추싱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올해 안에 가오더 지도 앱에서 오토X 드라이버도 호출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가오더 지도 앱 이용자는 40만 명 이상으로, 중국 지도 앱 중 가장 많다."
언제쯤 자율주행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올까.
"자율주행차는 전통적 의미의 자동차와 완전히 다른 ‘종’이다. 보급 초기에는 차량 공유나 호출 서비스 형태로 제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돈을 더 내고 소유할 수 있는 형태의 자율주행차도 1~2년 안에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비싸지 않을까.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최고경영자(CEO)는 2025년쯤이면 5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내고 자율주행차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자율주행차 가격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라이다 가격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오토X 자율주행차에 탑재하는 고정형 라이다가 지난해 수천달러에서 올해 500달러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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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임수정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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