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발원지로 알려져 문을 닫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 화난 수산시장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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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는 박쥐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쥐는 최근 유행했던 대형 감염병의 숙주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2002년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는 박쥐와 접촉한 사향고양이나 닭을 통해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옮겨졌고, 2012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박쥐가 낙타에게 옮긴 바이러스를 인간이 낙타를 타면서 감염병을 유행시킨 것입니다. 2009년 신종플루는 돼지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감염병들이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옮겨졌습니다.
이처럼 동물에게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까지 감염되는 질병을 '인수 공통 감염병'이라고 합니다. 바이러스는 완전한 생물이 아닌,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의 존재입니다. 그래서 증식을 위해서는 숙주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숙주의 복제 시스템을 이용해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체를 복제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의 경우 재채기를 통해 체액과 접촉하거나 애완동물, 식물, 음식물 등을 통해 전파됩니다. 그러나 동물과 인간의 경우는 유전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감염되지는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쉽게 말하면, 바이러스가 변이되더라도 병원성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변이가 돼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환경이 변화하면서 병원성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변이해 심각해진 것입니다. 바이러스의 변이는 주로 새로운 숙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적응을 위해 변이를 일으키는데, 변이된 유전물질은 새로운 세포막 단백질을 생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숙주에 감염성을 가지게 되는데, 감염된 숙주의 환경에 따라 새롭고 강력한 병원체가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동물에서 시작된 인수 공통 감염병은 동물에서 인체로 계속 숙주를 바꿔가면서 살아남는 데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많아 박멸이 어렵습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동물에서 인체로 옮겨오면서 더 강력한 병원성을 가진 바이러스로 진화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스는 발병 18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똑 부러지는 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메르스와 모기로 인한 지카 바이러스도 여전히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상태지요. 그렇다면, 최근들어 이렇게 인수 공통 감염병이 크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학자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습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고온다습한 환경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신종 바이러스가 다수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모기나 박쥐의 서식지가 예전에 비해 많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을 풀어놓고 운영하는 체험형 카페의 증가와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도 감염병 증가를 막지 못하는 구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생동물 체험형 카페 등은 야생동물과 사람 사이에 밀접한 접촉을 허용하는 위험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설에서는 야생동물의 분변이 굴러다니는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차와 간식을 먹거나, 라쿤 같은 야생동물의 신체를 접촉하며 쓰다듬는 행위 등이 부지기수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동물들이 검역을 거쳐 정상적으로 반입된 것인지도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야생동물의 식용화는 역사적·문화적으로 이어져 온 식습관과 연관이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박쥐를 먹기 시작한 것은, 다시 말해 야생동물을 먹기 시작한 것은 대기근의 영향 때문이라고 합니다. 먹을 것이 없어 야생동물이라도 잡아 먹어야 생존이 가능했기에 그 시절부터 이어져 온 식습관인 셈입니다.
바이러스를 전 세계로 가장 빠르게 퍼 나르는 수단은 항공기입니다. 항공물류의 발달은 감염병을 더욱 빠르게 확산 시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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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관리입니다. 이런 야생동물의 식용 유통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을 중국 정부가 알고 있었다면,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사용한다면, 이미 식용으로 사용 중인 다른 가축들처럼 철저한 위생관리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인수 공통 감염병을 전 세계로, 가장 빠르게 전파시키는 매개체는 바로 항공기입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가능하게 한 선두주자입니다. 전 세계를 오가는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바이러스의 이동시간이 아주 짧아졌습니다. 통상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최대 2주 정도인데 2~3일 이면 전 세계 어디든 날아갈 수 있게 되면서 감염병은 순식간에 퍼지는 것이지요.
요즘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반려동물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은 질병도 적지 않습니다. 반려동물도 정기적으로 예방접종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19의 태풍이 지나간 이후에도 손씻기의 생활화, 반려동물 정기 예방접종은 꼭 지켜나가야 할 생활방식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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