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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텐트 거리 벌리기가 최선’… 미국 난민 캠프, 코로나 집단감염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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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 마타모로스에서 캠프를 꾸려 살고 있는 미국 망명 신청자들이 생수를 배급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마타모로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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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 간격을 멀리 떨어트리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오갈 데 없는 미국 난민 신청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열악한 캠프 생활에 제대로 된 예방책이나 보건시스템도 거의 없어 감염이 확산할 경우 순식간에 비극적인 상황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크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타마울리파스주(州) 마타모로스의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고 있는 미국 난민 신청자 2,000여명의 안전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에 난민을 신청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해 1월부터 ‘이민자 보호 프로토콜’을 시행함에 따라 아직 미국에 들어가지 못한 채 이민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대기 중이다.

문제는 이들의 거주 환경이다. 낡은 텐트와 최소한의 생활필수품만으로 연명하는 터라 코로나19의 전염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빽빽한 텐트 사이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벌리는 수준이다. 특히 감염 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인구 52만명인 마타모로스 내 공립병원은 5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인공호흡기는 25개뿐이다. 게다가 멕시코는 전국의 확진자를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관리하고 있어 확진 시에도 이동 전까지는 비위생적인 텐트에 머물러야 한다. 확진자가 1명만 나와도 순식간에 집단감염으로 확산될 공산이 큰 셈이다.

현지 보건당국은 “난민 캠프에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타나면 보건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멕시코 정부는 아직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 “우리는 아직 (감염병) 1단계이니 외출을 멈추지 말라”는 영상을 올려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무방비 상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해지자 난민 신청에 대한 심리를 미뤘기 때문이다. 미국행을 원하는 난민 행렬은 늘어나는데 형식적으로 이들을 수용한 멕시코 정부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해 애꿎은 난민들의 생명이 백척간두에 내몰린 형국이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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