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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재명, 또 빨랐다… “모든 도민에 재난기본소득 10만원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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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총동원”… 광역단체 중에서는 처음

세계일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운데)가 24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계획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수원=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 관련 강력 대처와 재난기본소득 제안 등으로 연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번엔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전체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 1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의회는 물론, 기초자치단체들까지 지지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경기도의 이번 결정이 다른 시·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지사는 2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타개하기 위해 재원을 총동원, 도민 1인당 10만원씩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급 대상은 이날 0시를 기준으로 신청일까지 등록된 경기도민 전체다. 행정안전부의 지난달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인구는 1326만5377명이다. 필요한 재원은 총 1조3642억원으로, 재난관리기금 3405억원과 재해구호기금 2737억원, 자동차구입채권 매출로 조성한 지역개발기금 7000억원을 차용해 확보했다. 나머지 재원은 저신용자 소액대출 사업비 1000억원 중 500억원을 삭감해 마련했다.

경기도민은 다음달부터 거주하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원 확인을 거친 뒤 가구원 모두를 대리해(성년인 경우 위임장 작성 필요) 전액을 신청하는 즉시 재난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지급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소멸하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단기간에 전액 소비되게 해 가계 지원 효과와 기업·자영업자의 매출 증대라는 이중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이처럼 지급 대상을 선별하지 않고, 전체 주민에게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은 전날 발표한 울주군에 이어 두번째이며, 광역단체 가운데는 처음이다. 이날 부산 기장군도 현금 10만원씩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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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계획 관련 기자회견을 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수원=뉴스1


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배경에 대해 “위기에 처한 경기도민과 도내 자영업자,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으로 여러 가지를 고민했지만 부족한 재원 때문에 갈등이 많았다”며 “조세 결정권이 없고, 지방채 발행권이 제한된 지자체 입장에서 모든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만족할만한 대안을 만들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배려로 재난관리기금과 재난구호기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다 모아도 도민 1인당 5만원을 넘기 어려워 재원을 총동원했다”며 “소액이고 일회적이지만, 국가 차원의 기본소득 논의의 단초가 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 정책으로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도의회와 도내 시장·군수들도 지지하고 나섰다. 앞서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전날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조례안’을 전국 최초로 의결한 바 있다. 조례안은 재난이 발생할 경우 도민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조례안은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는 이날 정부를 향한 건의문을 내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이라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의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기한 내에 소비를 촉진하도록 만드는 재난기본소득은 절실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이번 결정에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이 크게 오른 점도 한몫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는 방역 차원에서 신천지예수교회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강제조사와 종교시설·다중영업시설 등에 대한 행정명령 등에 발빠르게 나서면서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 경기도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78%가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찬성하고, 73%가 지역화폐 지급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힘을 실어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기본소득 논의가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경기도민들 사이에선 “역시 이재명”, “사이다” 같은 찬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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