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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감봉·휴직·급전·방어…대기업들, 코로나19 비상경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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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직격탄에…버티기 나선 기업들

경향신문

하늘로 비상 못해 ‘비상’ 장기화된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항공업계 경영 전반에 빨간불이 켜졌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은 한 달간 국내선 운항을 중단했고,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은 모든 직원에게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을 4월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24일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운항을 멈춘 국내 항공사 비행기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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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국내 대기업들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으며 속속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하고 있다. 주요 업종에서 무급휴직과 급여 반납, 희망퇴직, 휴업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항공업계에서는 끝내 직원 급여를 주지 못하는 회사까지 나왔다.

일부 대기업들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자금을 구하려고 은행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받기도 한다.

아시아나 임직원 임금 두 달 삭감

오일뱅크·한수원 임원 급여 반납

이스타 “무급휴직” 등 LCC 벼랑

두산중 일부 휴업…만도 희망퇴직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에 일반직, 운항승무원, 객실승무원 등 모든 직원이 최소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하고, 임원 급여의 60%를 반납하는 자구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전 직원들은 다음달 임금을 절반만 받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에도 전 직원을 대상으로 10일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해 급여를 33% 줄였는데 다음달에는 인건비를 더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날부터 국내선·국제선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이스타항공은 아예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한다고 선언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전날 사내게시판을 통해 25일로 예정됐던 급여 지급이 어렵다며 “최악의 상황에서 회사 존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에어서울은 직원 90%, 에어부산은 70%, 제주항공은 50%가 무급휴직 중이다. 앞으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항공업계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유·자동차·중공업 등 다른 업종에도 코로나19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날부터 전 임원의 급여를 20% 반납하고, 경비예산은 최대 70% 삭감하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감소로 원유와 제품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올 1분기에만 수천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공장 가동률을 10~15%씩 낮춘 상태다. 에쓰오일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 실시를 검토 중이고, 두산중공업도 최근 유휴인력 일부 휴업을 검토 중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는 생산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절차를 시작했다.

■‘코로나19 비상경영체제’ 돌입한 기업들…자구책 마련 안간

회사채 불안 등 시장 자금난에

대기업들 한도대출 1.7조 급증

정의선, 현대차주식 280억어치 사

포스코 자사주 매입 ‘책임 경영’


주가 약세가 계속되면서 일부 대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현대차 20만4464주와 현대모비스 10만6378주를 장내 매수했다. 매입금액은 각각 140억원으로 모두 280억원어치다. 최근 주가가 고점 대비 40% 이상 떨어져 가격 메리트가 생긴 데다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이원희 사장과 서보신 사장도 자사주 1391주와 4200주를 최근 각각 매수했다. 포스코도 최정우 회장을 포함한 임원 51명이 총 26억원어치, 1만6000주의 자사주를 지난 23일까지 매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포스코ICT, 포스코강판, 포스코엠텍 등 5개 계열사 임원 89명도 자사주 21억원어치를 매입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회사채가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면서 대기업들의 유동성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이달 20일 현재 78조6731억원으로 지난 2월 말보다 1조7819억원 늘었다.

대기업들은 보통 회사채 등 직접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것이 여의치 않자 이달 들어 은행에서 사전에 받아 놓은 ‘한도대출’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개인으로 치면 ‘마이너스통장’에서 급하게 대출을 받았다는 뜻이다.

남지원·김지원 기자·김준 선임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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