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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박사’ 조주빈의 두 얼굴… 학보사 시절 “성폭력 예방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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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해 “실수 안하려 노력” 과시하기도

세계일보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의 주민등록증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미성년자를 비롯한 여성들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25)이 대학 학보사 기자 시절에는 성폭력 예방을 촉구하는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박사’의 두 얼굴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조씨의 모교인 인천 모 전문대에 따르면 그는 이 대학 학보사 기자이자 신입생 때였던 2014년 학보에 성폭력 예방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당시 기사에서 조씨는 “학교 폭력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해 실시한 강연 등 교내 안전을 위해 학교 측이 기울인 노력은 많고 다양하다”면서도 “학교 측의 노력에도 아직 부족한 점은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학보사 편집국장을 맡았던 2014년 11월에는 ‘실수를 기회로’라는 제목의 칼럼 기사에서 자신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인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해당 칼럼에서 조씨는 1년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볼 때 가장 자신 있었던 한국지리에서 절반 이상을 틀린 사실을 알게됐다면서 지나간 시험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실수를 되돌릴 순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학보 제작 때도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강조했다.

2014년 4월 학보사 수습기자로 선발돼 2학기가 시작된 9월 정식 기자가 된 조씨는 동시에 편집국장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함께 학보사 활동을 시작한 동기들에게 자신이 편집국장을 맡겠다며 적극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씨는 편집국장 임기를 한 달가량 남기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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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조주빈(25)이 대학 학보사 편집국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쓴 칼럼. 뉴스1


이 학교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현재 남아 있는 자료상으로는 조씨가 2015년 8월 편집국장에서 해임된 것으로 돼 있다”면서 “통상 임기를 채우면 해임으로 기록하지 않으며, 정확한 해임 사유는 현재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편집국장에서 해임된 뒤 2015년 9월 휴학하고 군 입대를 했고, 2017년 9월 복학해 마지막 한 학기를 다닌 뒤 2018년 2월 졸업했다.

이후 그는 같은해 12월부터 이달까지 아르바이트 등을 미끼로 피해자들을 유인해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성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하고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로 지난 19일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사방 피해자는 현재까지 확인한 것만 74명이며, 이 가운데 미성년자 16명도 포함됐다.

경찰은 이날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조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이 공개된 첫 피의자가 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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