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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전 경기도민에 재난소득 10만원 지급”, 포퓰리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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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경기도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재난기본소득은 3~4월에 전 도민에게 지역화폐로 지급될 예정이고, 사용 기한은 지급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라고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건 경기도가 울산 울주군에 이어 두 번째이며, 광역 지자체로는 처음이다. 울주군은 그제 전국 최초로 주민 모두에게 10만원씩 ‘보편적 군민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 카드를 전격적으로 빼든 배경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위기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그동안 재원 부족을 이유로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청해 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코로나 정국에서 신천지예수교회 강제조사, 종교시설·다중영업시설 행정명령 등 그의 ‘과감한’ 행보가 먹혀들면서 대선후보 지지율이 크게 오른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재원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경기도 인구는 1326만5377명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필요한 재원은 1조3642억원에 달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재난관리기금 3405억원, 재해구호기금 2737억원에다 자동차구입채권 매출로 조성된 지역개발기금 7000억원을 내부 차용해 재원을 확보했다. 그래도 부족한 재원은 지원 사각지대가 줄어든 것을 감안해 지난주 발표한 극저신용대출 사업비 1000억원 중 500억원을 삭감해 마련했다. 하지만 재난기본소득은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도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재정 상황만 악화시킬 위험이 크다.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지급 결정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재정이 열악한 다른 지자체들도 마지못해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린다. 당초 취약계층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려던 부산 기장군은 어제 모든 군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지사가 지금 할 일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무차별적 현금 살포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피해를 본 취약 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이 지사가 정치적 고려로 선심성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이는 국가적 재난 상황을 이용한 포퓰리즘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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