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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가격표 붙은 물건처럼…'n번방' 성착취물 끊임없이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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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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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영상도 가지고 있어요. 미성년자가 나오는 영상까지 포함해서 60만원에 보내드릴게요."

'박사방'으로 불린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4·구속)씨의 범죄행각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수법으로 만들어져 유포된 착취물 상당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몰래 거래돼 2차 피해를 낳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5일 사이버상의 불법 성 착취물 유통 실태를 잘 아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n번방'과 그 파생인 '박사방'에서 나온 영상들은 내용물에 따라 5만원에서 수십만원대까지 가격에 '물건'처럼 거래됐습니다.

판매자들은 자신들이 소장한 불법 음란물에 가격표까지 붙여놓고 구매자들을 끌어모았습니다.

한 판매자는 성 착취 영상 썸네일과 함께 "영상 300개에 5만원, 1천개에 9만원이다. 낱개로 구매는 못 한다"고 가격을 제시했습니다.

다른 판매자도 "영상 200GB에 2만원, 500GB에 4만원이고 n번방, 박사방 자료는 각각 4만원에 판다"며 "가지고 있는 영상을 다 구매하면 할인도 해준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영상물 대다수는 미성년자가 등장하거나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된 것이었습니다.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고자 타인 명의 대포통장 사용은 일반적인 일에 가까웠습니다.

한 성 착취물 판매자는 A씨가 '영상 값을 입금할 테니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자 "대포통장이라서 확인을 해야 한다"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계좌번호를 불러주기도 했습니다.

"문화상품권 아니면 계좌이체만 받는다"고 한 다른 판매자는 A씨가 "본인 명의 계좌가 맞느냐"고 묻자 "타인 계좌다"라고 답했습니다.

'박사' 조씨가 구속되고 경찰 수사가 확대되자 성 착취물 구매자들은 점점 더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종전에 운영하던 대화방을 삭제하고 '대피소'라 불리는 별도 대화방으로 옮겨가거나, 단속에 대비해 '자료를 가지고 있다면 잘 처리하라', '접속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등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조씨가 구속된 뒤에도 성 착취물이 끊임없이 확산하며 2차 가해를 반복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뿐 아니라 영상 유포를 막기 위한 제도적 노력과 인식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기성 기자(keats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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