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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소라넷 이후 등장한 ‘n번방’… 유사 수법 ‘고담방’, ‘박사방’ 생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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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 조주빈씨에 대한 신상이 공개된 가운데 그가 운영하던 ‘박사방’을 비롯해 ‘n번방’, ‘고담방’ 등 유사한 수법으로 불법 음란물 공유한 대화방에 대한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

성착취 영상 공유방의 시초인 n번방 개설 시기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음란물 및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인 ‘소라넷’이 폐쇄된 이후 2018년 하반기쯤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갓갓’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n번방 운영자는 1∼8번(일명 n번방)의 이름을 붙인 채팅방을 각각 만들어 성착취 영상물을 올렸다.

갓갓은 트위터의 일명 ‘일탈계’(얼굴·신상 노출 없이 노출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계정)에서 활동하는 10~20대 여성에게 접근했다. 피해 여성의 계정을 해킹하거나 경찰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신상공개 등을 빌미로 성착취 영상물을 요구했다. 그러던 중 갓갓은 지난해 ‘켈리’라는 인물에게 방 운영을 맡긴 뒤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갓갓의 인터넷프로토콜(IP)을 특정해 추적하고 있다.

n번방을 물려받은 켈리는 지난해 8월초부터 한달 여간 텔레그램을 통해 사진과 영상 등 3500여개의 음란물을 유포·판매하고, 10만개의 음란물을 개인 소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은 운영자가 ‘와치맨(감시자)’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켈리를 붙잡아 구속 송치했다.

켈리는 성착취물을 채팅방에 올리는 역할을 했다면 와치맨은 켈리의 대화방 주소를 자신의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 공유하며 범행에 가담했다. 와치맨 전모(38)씨는 지난해 검거돼 현재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해외 서버 호스팅 서비스를 통해 불법촬영물을 올리는 음란물 커뮤니티 사이트도 개설했다. 피해 여성의 신상을 추적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올리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됐을 때의 대응 방법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씨는 그 대가로 이용자들로부터 가상화폐를 받았다.

전씨는 지난해 4~5월 사이 텔레그램에 ‘고담방’을 개설해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총 4개의 대화방을 운영했다. 그는 서로 다른 닉네임을 사용하는 4명의 운영자를 두고 대화방 접속 링크를 게시해 음란물 이용자가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4개의 방에서 공유된 여성의 사진과 동영상은 총 1만1297건에 달한다. 이 대화방에 참여한 인원수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지만 수천명이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 고담방에서 아동·청소년의 나체 사진·동영상도 107건이나 공유됐다.

한편 이 사건을 담당하는 수원지검은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선고를 앞두고 전씨에 대한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검찰은 “이번에 잡힌 ‘박사’ 사건 기록 등을 참고해 적용 법조 등을 보강 수사하겠다”고 밝혔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앞서 지난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전씨에 대해 겨우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에 n번방을 모방해 성착취물을 공유하는 박사방이 등장했다. 박사라 불린 운영자 조씨는 트위터나 채팅앱에서 쉬운 고액 알바가 있다며 여성들을 유인했다. 조씨는 주로 미성년자에게 접근해 모델 아르바이트, 온라인 데이트 등을 미끼로 사진을 요구하고 계약서를 핑계로 신상정보를 확보했다.

조씨는 이후 요구 수위를 높여 여성의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고 이를 빌미로 협박해 성착취물을 지속적으로 찍게 했다. 그는 이들 여성을 노예라 지칭하면서 신체에 ‘노예’, ‘박사’라는 표식을 새기게 하거나 새끼손가락을 들어 ‘박사의 지시’임을 알 수 있게 했다.

박사방은 3개로 추정되며 방마다 수위와 입장료에 차등을 뒀다. 조씨는 또 사회복부요원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뿐 아니라 남성 구매자의 신상정보도 알아내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조씨를 25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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