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한국 세종시 지사 출범 앞둬
ADAS·자율주행 ‘투트랙’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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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기(왼쪽에서 두 번째) 대표와 이찬규(가운데) 대표, 윤지현(맨 오른쪽) 박사 등 팬텀AI 임직원이 2월 25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벌링게임에 있는 본사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수정 기자
2월 25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서 차를 몰아 30여 분 만에 벌링게임에 도착했다. 벌링게임이 인접한 샌프란시스코만은 호수처럼 잔잔했고 햇빛을 받아 무수한 조각들로 반짝이고 있었다. 벌링게임의 한적한 업무 지구에 있는 한국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팬텀AI의 미국 본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팬텀AI는 삼성, 만도, 토르드라이브 등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차량교통국(DMV)의 자율주행차 시험주행 허가를 받은 한국계 기업 중 한 곳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인 ‘오토파일럿’ 개발팀 출신 조형기 대표와 현대차의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 ‘HDA’를 개발한 이찬규 대표가 2016년 공동 설립했다. 아직 한국이 국산화하지 못한 컴퓨터 비전(컴퓨터를 이용해 인간의 시각적 인식 능력 일반을 재현하는 것) 원천기술과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했다.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 경쟁 속에서도 팬텀AI가 글로벌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다.
팬텀AI는 세종시에 한국 지사 출범을 추진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미국 본사에서 만난 조형기 대표는 인터뷰 중 2명의 인원 충원 소식을 전하며 "단기적으로 레벨2~3 수준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양산하고 장기적으로 레벨4 이상의 완전자율주행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목표 아래 ‘베스트 팀’을 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는 팬텀AI의 완전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현대차 출신 윤지현 박사도 함께했다.
한국 지사 설립을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조형기 "팬텀AI는 레벨2~3 수준의 ADAS 제품을 양산해서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레벨4 이상의 완전자율주행 솔루션을 판매한다는 ‘점진적’ 사업 목표를 창업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현재 레벨3 수준의 ADAS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데, 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 지사 설립을 결정했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고 싶다."
윤지현 "한국은 인증 등 복잡한 절차가 있긴 하지만 통신 인프라가 정말 좋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V2X(Vehicle to Everything·차량과 사물 간 통신)나 V2I(Vehicle to Infrastructure·차량과 인프라 간 통신)라는 게 전혀 없다. 그래서 빨간불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센서를 통해 인식한 뒤 복잡한 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에서는 V2X 인프라를 활용해 신호 등의 교통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자율주행차에 값비싼 컴퓨팅 시스템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실리콘밸리의 장점은 무엇인가.
조형기 "스타트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의 장점이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발휘되고 있다. 자본, 탤런트 그리고 문화다. 문화는 실패를 용인해주는 문화를 말한다. 그리고 좋은 날씨를 꼽을 수 있다. 날씨가 좋아서 사시사철 시험주행을 할 수 있다. 비나 눈도 극복해야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날씨가 좋을 때 잘 다니는 자율주행차를 만들어야 한다."
윤지현 "가장 큰 장점은 ‘탤런트’ 인프라다. 자율주행, 자동차, 소프트웨어 관련 인재가 많다. 자율주행차를 시험주행하는 입장에서 느낀 점은 이곳 현지인들이 자율주행차에 대해 열려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을 하면 저게 뭐냐며 경적을 울리지만, 여기서는 자율주행차냐며 질문도 하고 이해해주는 분위기다."
(왼쪽)팬텀AI 미국 본사 차고에 자율주행차가 주차돼 있다. 자율주행차에 설치된 라이다 가격은 수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임수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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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자율주행 풀스택 솔루션인 ‘팬텀 드라이브’의 구동방식을 소개하는 영상 캡처./ 팬텀AI
팬텀AI 자율주행 기술의 강점은 무엇인가.
조형기 "자율주행은 수많은 요소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술 결정체다.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인식, 판단, 제어 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팬텀AI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인식 기술 개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원천기술 확보 등 컴퓨터 비전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풀스택(full-stack·운영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전반을 다루는) 기술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검증도 중요하다.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검증 과정에 오랜 시간을 들인다."
주요 투자자 및 협력 회사를 소개해달라.
조형기 "구체적으로 투자자를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과 해외 투자자 비중은 6 대 4 정도다. 주요 협력 회사는 글로벌 완성차 회사 2곳, 부품 회사 2~3곳 등 모두 4~5곳이다. 부품 회사 고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모빌리티 서비스 회사와 협력할 계획은.
조형기 "한국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에서 몇 번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준비가 안 됐을 때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하면 사고 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자율주행 기술의 캐즘(Chasm·신기술이 처음 개발된 후 대중적으로 보급되기까지 수요가 정체되는 현상)이 찾아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율주행 선도 기업도 모빌리티 서비스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사고가 나면 자율주행 기술이 사업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윤지현 "지난해 우버 자율주행차 사고가 있었는데 그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엔지니어가 아니라 자율주행차에 대한 간단한 교육을 받은 일반 운전자였다. 엔지니어들은 기술적 한계를 잘 알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운행 중 언제 개입해야 할지를 안다. 하지만 언제까지 연봉이 수억원대인 엔지니어들에게 운전을 시킬 수는 없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운영하고 사업 규모를 키우기 전에 사고가 안 날 정도로, 운전자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안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윤지현 "자금이 중요하다. 자율주행 선도 기업인 웨이모는 십여 년간 매년 수조원을 써왔다. 인력이 많아야 시험주행도 많이 할 수 있고, 코너 케이스(Corner Case·예상치 못한 예외적 상황)를 접하고 극복하면서 기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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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임수정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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