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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도심 횡단보도, 스크램블로 변신한 이유[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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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스크램블 횡단보도인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스크램블 횡단보도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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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요즘 대부분의 횡단보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웬만한 횡단보도는 보행자들이 한꺼번에 건널 수 있는 스크램블 횡단보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스크램블 횡단보도는 대각선 횡단보도라고도 하는데, '정신없이 빠르게 움직인다'는 'Scramble'이라는 단어의 뜻에서 따온 말입니다. 사거리에서 보행자들이 여러 방향으로 길을 건너는 모습이 스크램블이란 단어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거 사거리의 횡단보도는 'ㄷ'자 이거나 'ㄴ'자 모양이었고 보행 신호도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도심의 사거리는 대부분이 'ㅁ'자 형태이거나 'ㅁ'자에 'X'자 가 추가된 모양의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런 모양의 횡단보도가 설치된 사거리는 보행 신호가 한꺼번에 바뀝니다.


모든 방향의 차량은 정차하고, 도로변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은 모두가 한꺼번에 건널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스크램블 횡단보도가 설치되지 않은 사거리에서 개별 신호에 따라 따로따로 건너는 보행자들은 어색할 정도로, 이제는 보행자들이 스크램블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당연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ㄷ'자 이거나 'ㄴ'자 모양이던 횡단보도를 스크램블 횡단보도로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행자 사망'을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고 합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2015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 4621명에서 이듬해인 2016년에는 4292명으로 줄었고, 2017년 4185명, 2018년 3781명, 2019년 3349명으로 크게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사고 종류별로는 지난 5년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이 14.7% 감소했고, 어린이 사고 23.5%, 사업용 차량으로 인한 사망사고도 15.4% 줄었습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통계는 바로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교통사고'입니다. 바로 '보행 중' 사망사고가 38.9%나 차지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보행안전 수준은 심각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보행 사망률 1위 국가는 칠레였고, 그 다음이 한국이었습니다. 보행 중 사고의 주 원인은 '무단횡단'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횡단보도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크램블 횡단보도 설치가 시작된 것은 2010년대 초반이었고, 본격화된 것은 2017년부터 입니다. 서울시와 수도권 일부 도시에서 먼저 설치했고, 지방의 몇몇 대도시도 이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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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사거리의 대각선 횡단보도의 모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텅 비어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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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스크램블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보행시간을 크게 단축한다고 합니다.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같은 길을 'ㄱ'자로 보행했을 때 성인 남성 기준 26초가 걸리지만 스크램블 횡단보도는 19초가 걸린다고 합니다. 중간 신호대기 시간인 50초를 더하면 스크램블 횡단보도가 설치 이전보다 보행시간을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준다고 합니다.


교통사고도 크게 줄었습니다. 스크램블 횡단보도 설치와 단일 신호체계가 사방의 차량을 동시에 차단하면서 운전자의 무리한 우회전과 보행자 무단횡단을 줄였다고 합니다. 스크램블 횡단보도를 도입한 뉴욕시의 경우 보행자 사고가 약 51% 감소했다고 합니다. 특히 노인, 어린이, 임산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안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국내는 어떨까요? 2018년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노인의 비율이 50.5%일 정도로 교통 약자가 사고에 취약했는데 스크램블 횡단보도 설치 후 이들의 이동시간이 넉넉히 확보되면서 사고율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도로교통안전공단의 설문조사 결과,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50% 이상이 사고 예방에 스크램블 횡단보도가 효과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스크램블 횡단보도는 보기에는 무척 복잡하고 혼란스럽지만, 실제로는 보행자가 돌아갈 필요가 없어 무단횡단을 예방하고, 단절된 보행 경로를 이어줘 주변의 상권을 활성화 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또, 모든 차량이 완전 정지함에 따라 사고 예방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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