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톺아보기]보건위기는 곧 치안위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도우 경남대학교 법정대학 경찰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민의 불안감이 극대화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외신에서 한국의 빠른 조기검진과 엄격한 방역체계를 감염병 대응의 모범사례로 소개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두려움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그 두려움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당장의 생계를 위협받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찾아온 경기침체는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확진자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감염 위험인물이나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와 배척도 뚜렷해지고 있다.


사회혼란 속에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범죄양상도 많이 달라졌다. 유동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폭력범죄를 포함한 강력범죄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절도와 마스크 판매사기를 포함한 사기사건이 크게 증가했고, 음주운전 사고를 비롯한 교통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대체로 경기가 침체된 시기에 사람들은 금전적인 보상을 얻으려는 심리를 가지게 되며 범죄자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기망하게 된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찰의 선별적 음주단속이 음주운전 사고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전파가 대중교통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막역한 두려움을 가져 버스나 택시를 피하게 되고, 음주단속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국민정서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공중보건의 위기이자 치안위기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평등,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다. 평소라면 인권침해에 해당할 검역이나 격리, 접촉자 추적 등 수단으로 국민을 통제할 필요가 생긴다. 이러한 수단은 감염병 예방법이라는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하지만 수단의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조치의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통제에 따른 손실보상을 위한 생활 지원이 없다면 쉽게 수긍하기 힘들 것이다.


또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감염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무지로부터 비롯되는 불안과 공포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인포데믹(infodemic)의 부작용으로 집단감염을 비롯하여 생명까지 위협 당하고 있다. 사회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건당국 등에서 정확한 정보전달이 필수적이다. 보건당국과 지자체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과도한 공포와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진위여부 등 철저한 검증으로 사회혼란을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등 감염병 위기를 겪을 때마다 대응체계의 한계가 여실히 나타났다. 그나마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신속하고 엄격한 대응체계가 마련되었지만, 마스크와 의료장비ㆍ음압병실 등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나타났다. 경찰의 감염병 대응 매뉴얼도 메르스 사태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다. 예컨대 '신천지 교인이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고 난동을 부린 사건'에서 현행범 체포 조건을 만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하여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설사 현행범으로 체포하더라도 이들을 격리시킬만한 공간이 경찰기관에 부재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의 감염병 위기대응체계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강화하지 않으면 신종 전염병의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도우 경남대학교 법정대학 경찰학과 교수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