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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피해자들 위해 끝까지 싸울 것" 익명의 여성들, 'n번방' 강력 처벌해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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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성 착취 범죄, 강력처벌 촉구 시위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 요구

평범한 여성들 거리로 나와…피해자 위해 싸울 것

아시아경제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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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강주희 인턴기자] "제가 이렇게 나설 수 있는 이유는 분노 때문이에요. 피해 여성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르는 그들의 행위를 보며 지칠 때도 있지만, 분노만큼 저를 이끄는 원동력은 없어요."


미성년자 등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드는 등 여성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일명 'n번방' 사건 피의자 조주빈(25)이 저지른 범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고 있다. 조주빈을 강력 처벌하라는 취지의 청와대 청원은 오늘(26일) 오전 8시20분 기준 262만2275명이 동의했다. 역대 최다 동의다.


조주빈이 저지른 범행은 평범한 여성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이들은 정치적 목적의 단체나 어떤 특정 단체와 연관이 없다. 오로지 피해자들을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내고, 관련 법을 바꿔 제2의 조주빈 사건을 막겠다는 것이, 이들이 연대하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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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4시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익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가 'n번방' 사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이들은 "일반 시민의 안전과 피해 여상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조직적인 성 착취에 적극 가담한 n번방 가해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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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4시 '익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단체는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을 열고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n번방' 사건과 연관있는 사람들은 모두 가해자라며 강력히 처벌해야, 제2의 'n번방'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텔레그램 성 착취 방 운영자, 가담자, 구매자 전원에게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성 착취물 구매자들도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 이상의 돈을 내고 수익 구조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성폭력 가해자다"라고 했다.


'n번방' 또 다른 운영자 '와치맨'에 대해 검찰이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한 것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며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와치맨' 역시 조주빈처럼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라며 "변화하는 디지털 성범죄 플랫폼에 발맞춰 관련 법률 역시 달라져야 한다. 성범죄 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신종 디지털 성범죄 처벌에 관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2차 가해는 성범죄의 연속 선상"이라며 "성범죄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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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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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범죄 너무 끔찍해…강력 처벌해야"


기자회견이 끝나고 아시아경제 취재진과 만난 이들은 집회 이유에 대해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던 우리가 이렇게 거리로 나온 이유는 피해자들에게 가해지는 범죄가 너무도 끔찍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집회 참가자 B 씨는 "음란물을 유포하는 계정들을 주기적으로 신고하던 중 'n번방'의 존재를 알게 됐다. 나라도 도울 일이 있다면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B 씨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방에서 피해자들의 신상이 아무렇지 않게 공개된다는 것이었다. 피해 여성 중에는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도 존재했다"라며 "이 아이들의 인생이 음란물에 가둬진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덧붙였다.


C 씨는 "'n번방'을 비롯해 텔레그램에는 여전히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라며 "가해자들이 입을 닫고 비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가 다 같이 범죄를 저지르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n번방'에 가담한 모두가 강력 처벌을 받아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어차피 걸려도 (형량이) 1, 2년이다','예전에 있었던 사람들도 괜찮았다.'등 잡히지 않는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면서 "이들을 보면서 가해자에 관한 법이 너무나도 약하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은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강력한 성범죄 처벌 판례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범죄 역사는 개선되지 않고 지속하여 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사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하루빨리 돌아갈 수 있게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끌어내겠다"고 했다.


*사진이나 영상의 불법촬영·유포, 이를 빌미로 한 협박, 사이버 공간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여성긴급전화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02-735-8994)에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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