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확진자 658명…축소 집계 의혹 제기
푸틴 "절대적 우선 순위는 국민 안전과 건강"
4월 개헌 연기됨에 따라 푸틴 장기 집권플랜은 '흔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실상 종신 집권을 허용하는 헌법 개정 국민 투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커짐에 미뤄졌다. 러시아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관련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 등이 나오면서 내려진 조처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5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얼마나 개헌 문제에 신경을 썼는지 국민들이 알고 있겠지만, 절대적 우선순위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라면서 "이런 이유로 국민투표 일정을 미루겠다"고 밝혔다.
당초 러시아는 다음달 22일 개헌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코로나19와 관련해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면서 개헌 강행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내 코로나19 확진자 숫자 등이 급증하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1월 전격적으로 개헌계획을 발표했다. 당시부터 푸틴 대통령이 영구 집권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어떤 방식을 택할지를 두고서는 설왕설래가 있었다. 이후 러시아의 개헌안이 나오면서 윤곽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는 임기 제한 조항은 유지하되, 대통령의 권한 등이 새롭게 조정된 점 등을 들어 임기 제한 규정을 무효화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푸틴 대통령은 2024년까지 3연임 금지 조항에 따라 임기가 끝나면 차기 대선은 출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개헌을 통해 임기를 채운 뒤 다시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 대통령 임기가 6년인점을 고려하면 푸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80세 넘어까지 30년간 장기 집권이 가능해진다.
앞서 러시아 상하원은 이같은 개헌안을 압도적으로 가결 처리했다. 뒤이어 러시아 헌법재판소 역시 개헌안을 승인해, 유일한 관문은 국민투표 뿐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개헌 연기와 함께 러시아 국민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 그는 "유럽 등이 겪고 있는 일들이 머지 않아 러시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정부의 권고조치를 잘 따르는 것으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책임감 있게 통제된 행동을 따라야 각자와 가족을 지킬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이동 제한 조치 등을 취한 것과 달리 러시아는 아직까지 대규모 봉쇄조치 등은 취하지 않았다.
국민투표 연기 발표는 러시아 내부에서 코로나19 환자 수치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이후 나왔다. 정부 발표와 달리 실제 코로나19 확진자는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코로나19 누적확진자가 658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지표도 최근 빠른 증사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이미 러시아 안팎에서는 다음달 국민투표를 위해 러시아 정부가 실제 환자를 축소발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인한 경제 대책도 발표했다. 러시아는 실업 수당과 유급병가 수당 늘리고 소상공인에 대한 면세 등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위해 1500억달러(184조원) 규모의 국부펀드 대신 부유층 등에 대한 세금부담을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