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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광장] '모빌리티 혁신'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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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아시아경제

20대 국회 막바지 가장 큰 논란이었던 '타다금지법'이 통과됐다. 정부는 '타다'의 서비스 중단 발표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모빌리티혁신법'이며 오히려 '타다가 더 많아진다'면서 정책홍보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갈등과 논쟁 끝에 통과된 개정법은 1년 뒤에 시행된다. 앞으로도 수많은 갈등과 논쟁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공언대로 '모빌리티혁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개정법은 현 정부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국내 규제의 대부분은 허용되는 사업만 법에 나열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법으로 간주하는 '나열형 규제'로 신산업과 신기술의 등장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우선허용 사후규제'로 바꾸어 국민의 생명ㆍ안전에 대한 것만 규제하고 자유롭게 혁신을 시도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여객법이 대표적으로 버스, 택시 외에는 유상운송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일부만 예외조항으로 허용하는 낡은 규제였고, 개정법률 역시 '플랫폼 운수사업'을 추가했지만 기본 골격은 그대로에 예외조항마저 축소했다.


또한 개정법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역시 정부가 일일이 규제하고 통제하는 허가산업으로 만든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모빌리티 기업이 차량을 확보하여 운행하는 '플랫폼 운송'은 정부가 총량과 사업기간까지 정해 허가하고 그 대가로 기여금도 납부한다. 기존 택시를 활용하는 '플랫폼 가맹'과 기존 택시 역시 총량, 요금, 외관, 사업구역 등의 세세한 규제 권한을 정부와 지자체가 그대로 갖고 있다. 정부가 '모빌리티 혁신'을 촉진하겠다지만 시장경쟁이 아닌 정부가 정해주는 대로 사업을 해야 하는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현재 택시산업의 위기는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 때문이 아니라 정책의 실패로 인한 것이다. 택시 과잉공급과 면허 값의 문제, 요금ㆍ외관ㆍ부제 등 촘촘한 규제, 택시 경쟁력 저하로 인한 보조금혜택 등 과잉 통제로, 시장경쟁은 실종되고 서비스도 저하되는 악순환의 과정이었다. 여기에 우버, 카풀, 타다와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가 계속 등장하니 기존 제도로는 한계를 느낀 정부가 선택한 것이 이번 개정법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존 규제를 유연하게 풀어 시장을 통한 경쟁을 선택하는 대신, 새로운 서비스도 정부의 완벽한 통제 하에 두도록 하는 반시장적인 '관치'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선택은 '모빌리티 혁신'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라기보단 점진적 변화를 택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가 통제하는 허가산업의 영역에서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혁신이 일어난 사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전세계적으로 모빌리티를 포함해 전체 산업이 '디지털 전환'되는 혁신의 과정은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통한 소비자의 선택으로 기존 산업이 해체되고 새로운 수요와 시장이 창출되는 '파괴적 혁신'이다. 기존 대기업이 아닌 작고, 빠르고, 유연한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새로운 승자가 되는 과정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시장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고 경쟁에 탈락한 이들에게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고 혁신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도 성장시키고, 기존 택시산업의 경쟁력도 키우고, 소비자도 만족시키고 싶다는 것이 현 정부의 의도이겠으나 이게 정부의 세세한 '컨트롤'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따라서 개정법으로 '모빌리티 혁신'이 가능한 조건은 역설적으로 정부의 역량에 달려있다. 모든 모빌리티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쥔 정부가 오히려 다양한 서비스의 자유로운 시장참여를 보장하고 규제를 풀어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규제샌드박스 활성화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기여금 감면, 플랫폼 가맹대수 완화, 택시규제 개선 등을 후속조치 및 지원 사항으로 발표했지만 이것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총량과 기여금의 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한다. 지난 몇 달간 법통과를 위해 뛰어다녔던 국토교통부가 개정법의 구체적 청사진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앞으로의 모빌리티 혁신의 험난한 과정은 이제 오롯이 정부의 책임으로 평가될 것이다. 시장경쟁을 통한 혁신인지, 시장통제를 통한 관치인지, 선택할 때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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