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시시비비]코로나 사태의 후폭풍, 소송전쟁에 대비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급기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졌다. 이제 바이러스처럼 번질 또 하나의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국제 소송 전쟁이다. 세계 각국이 그동안 취한 정보 제공, 입국 금지, 여행 금지, 검역 조치, 시민 격리 등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이 국제 소송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큰 타격을 입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국제중재재판을 선택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또 한 번 '중국이 일으키는 죽음(Death by China)'이란 구호하에 공공의 적을 외부로 돌려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할 수 있다.


국제법상의 국가책임(state responsibility) 원칙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자국의 국경을 넘어 위해 요소가 전파될 위험성이 있는 경우 이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의무를 진다. 위해 요소의 진원지국은 인접 국가에 해당 위험과 평가 정보를 즉시 통보하고 기술 지원을 해야 한다. 국제공중보건 위기에 관한 정보는 세계보건기구(WHO)에도 알려야 한다. 특히 신종 감염병의 초기 대응에 있어 상세한 정보 공유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의무들을 다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협의를 요청하고 사실을 조사하거나 국제보건규칙(2005)에 따라 WHO 사무총장의 장려하에 당사국 간 중재재판을 통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원인이 무엇이고 중국 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확산 방지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국제 소송의 도마 위에 오르면 중국의 지배 체제에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분쟁 당사국들이 동의해야 재판관할권이 성립되므로 중국 정부가 중재재판에 동의하는지가 중요하다. 미ㆍ중 간 여론이 험악해지고 미국이 무역 보복 재개 카드로 압박하게 되면 중국이 중재재판 회부에 동의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도 최대 피해 국가 중 하나다. 미ㆍ중 중재재판에 참여할 수도 있고 독자 제소를 할 수도 있다. 아무리 친중국 노선을 걷는 현 정부일지라도 말이다. 한국을 통해 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한 사실이 확인이라도 되면 한국도 제소당하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 정부가 취한 각종 조치가 국경을 넘어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성을 최소화했는지가 심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방어 논리 중에서 '불가항력(force majeure)' 항변이 중요하다.


하지만 불가항력 사태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스스로 감수한 국가는 면책되지 못함을 주의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2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중국에서의 입국을 조기에 차단하고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 금지를 결정했음에도, 2시간 후에 후베이성으로부터의 입국만 금지하는 것으로 축소 집행했다. 이것이 불가항력 사태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스스로 감수한 것인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


개인 간의 소송전도 불가피하다. 수많은 사람이 인명 및 경제적 피해를 입었고 계약이 집행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당사자는 불가항력을 이유로 의무불이행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논리를 준비해둬야 한다. 계약 체결 당시에 예측할 수 없던 사태가 발생해 피할 수 없는 영향이 발생했고, 이를 극복하려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이행이 불가능해졌다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면책된다.


계약상 준거법으로 지정된 국가의 국내법에 규정된 특별 요건까지 확인해야 한다. 중국 법에 따르면 불가항력 사태가 발생한 이후에 체결된 계약, 의무 불이행이 이미 발생한 이후 초래된 불가항력 사태 그리고 금전 지급 의무 불이행의 경우에는 불가항력을 이유로 한 면책이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영세기업이나 개인을 위해 코로나19 사태 관련 국내외 법률 지원을 제공할 필요성을 인식이나 하고 있나.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