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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취재석]초등생 상대로 소송 건 한화손해보험과 '자낳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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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수천원만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소를 취하한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 논란이 뜨겁다.

한화손보는 2014년 오토바이 운전 중 사망한 A군(12세) 아버지의 사망보험금 1억5000만원을 A군의 어머니와 A군에게 6대4의 비율로 지급하기로 했다. 6000만원은 A군의 후견인(고모)에게 맡겼지만 나머지 9000만원은 연락이 두절된 A군의 어머니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6년째 한화손보가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한화손보가 최근 A군 부친의 오토바이 사고 당시 상대차량 동승자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들어간 돈 5300만원 중 약 2700만원을 내놓으라는 구상권 청구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법원은 A군에게 한화손보가 요구한 금액을 갚으라고 이행권고결정을 내렸다. 논란에 휘말린 한화손보가 뒤늦게 소 취하를 했지만 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따라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부모 없이 고아원에서 살아가는 A군은 졸지에 빚더미에 앉게 됐을 것이다. 물론 A군은 성인이 됐을 때 모친에 대해 장기실종 신고를 하고 5년 후 이를 인정받아 모친 몫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700만원에 대한 연 12%의 이자를 복리로 계산했을 때 지금으로부터 약 12년 후 A군이 갚아야 할 빚은 1억원에 달한다. 어머니 몫의 보험금을 빚을 갚는 데 쓰고도 A군은 채무자 신세를 벗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한화손보가 구상권 청구에서 이겨 자신들이 쥐고 있는 보험금과 상계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구상은 당연한 법적 절차라는 것이다. 설사 일부 상속인이 연락이 안 될 경우 연락이 되는 특정인에게 100%를 구상하는 것이 관례라 할지라도 누군가는 상대가 ‘고아가 된 초등학생’이라는 점을 거론했어야 했다.

강성수 한화손보 대표는 고작 취임 한 달 만에 사과문을 올리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강 대표는 한화손보가 2017년 기준 손해보험업계에서 고객에게 보험금을 주지 못하겠다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거나 민사조정을 신창한 사례가 가장 많은 회사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금융소비자연맹의 분석 결과 한화손보는 그해 계약무효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53건 중 35건에서 패소(패소율 66.0%)했다. 금소연은 “특정 손보사에 소송이 집중되고 패소율이 높다는 것은 소송을 악용한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은 보험사와 고객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강한 상품이다. 고객에게는 보험 상품에 대한 정보가 잘 전달되지 않아 불완전판매를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정보에 앞선 보험사가 법을 무기로 들고 나왔을 때, 고객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고아인 초등학생을 법으로 옥죈 한화손보는 소위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란 비판을 받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업에서 법보다 앞선 것은 신뢰”라고 강조했다. 한화손보는 이 말을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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