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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루비니 "Ⅰ자 폭락" vs 버냉키 "V자 반등"…경제 전망도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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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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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연이은 '셧다운' 사태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반등 시점과 그 형태가 어떻게 될 것이냐를 놓고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미국은 2분기부터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게 투자은행(IB)의 공통 시각이다. 2분기를 기준으로 모건스탠리는 -30%, 골드만삭스는 -24%, JP모건체이스는 -14% '역성장'을 점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경기 침체로 분류된다. 관건은 그 이후부터다. 반등 계기를 찾는다면 'V'자형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놓고 세계적인 경제학자들 간에 찬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반등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선 이를 적당히 풀어야 한다는 의견과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다.

우선 경제 전망과 관련해선 비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충격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대공황을 웃도는 충격을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24일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하면서 이번 경기 침체가 심각한 상태로 치달으면서 대공황(Great Depression)보다 더 심각한 대공황(Greater Depression)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V자도, U자도, L자도 아닌 I자형으로 수직 낙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V자는 짧게 침체했다가 금방 회복하는 사례, U자는 침체기가 그보다 길게 이어지며 회복하는 사례, L자는 급격히 이뤄진 침체가 이어지는 사례를 의미한다.

이에 비해 '금융위기 소방수'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가파른 경기 반등 가능성을 예상했다.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QE)', 천문학적인 경기 부양책, 글로벌 공조 강화 등에 힘입어 코로나19 발병이 정점을 찍는 대로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25일 CNBC와 인터뷰하면서 "1930년대 스타일의 전형적인 불황보다는 대형 눈 폭풍이나 자연재해에 훨씬 가깝다"며 "대공황과는 매우 다른 동물(animal)"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는 근본적으로 '질병'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만 잡히면 강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다음 분기에는 매우 가파르고, 희망하건대 짧은 침체가 있을 수 있다"며 "셧다운 기간에 고용·비즈니스 부문에 너무 많은 타격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우 빠른 경기 반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부활절(4월 12일)까지는 이 나라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도록 열고 싶다"고 밝히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한 찬반 논쟁에 불을 지핀 분위기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경제 충격을 고려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적당히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앨런 가버 하버드대 교수와 공동으로 작성한 23일자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 위기"라며 "정부가 이를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은 모순이고, 장기적인 대재앙의 실패 위험을 떠안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속속 등장하는 대출 보증, 현금 지급 등 경기 부양책은 기업 도산을 막을 수 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된다면 생산 활동이 재개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로머 교수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면서 사람들이 점차 일자리로 돌아가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면역력 있는 사람들과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부터 정상 업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황을 막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보다는 보호장비 개발·생산에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들고 경제를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의료진, 경찰, 소방관 등을 시작으로 모든 국민이 이러한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며 "12~18개월간 무분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살겠지만 경제는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비해 루비니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전면 봉쇄(full lockdown)'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핵심은 팬데믹 확산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냐"라며 "중국과 이탈리아처럼 1~2개월간 '전면 봉쇄' 조치가 없으면 상황이 폭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 주 안에 (경제를) 다시 오픈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전염을 막을 수 없으면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이 아니라 디프레션(depression·대공황)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 사람들을 정상 업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며 "제대로 된 보건정책 없이는 연준의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계론에 합류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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