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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투자 끊기고 실적은 나락으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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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잣돈 이미 바닥 난데다
코로나 패닉에 자금조달 끊겨
상장 후 성장 부진에 주가 하락
대형 IT업체 M&A의지도 꺾여


투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스타트업 기업들의 종잣돈이 씨가 마르고 있다.

상장(IPO)된 스타트업의 성장이 부진하면서 주가가 추락한 데 이어 코로나19 패닉까지 겹쳐 스타트업의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금융시장 침체로 벤터 투자자들의 투자여력도 바닥난 가운데 유망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려던 대형 정보기술(IT)들의 인수합병도 급감했다. 창업과 상장 그리고 엑시트로 이어지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벤처캐피털 시장에서 스타트업 종잣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스타트업 시장 침체는 코로나19 패닉 이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기대주였던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주가가 상장된 뒤 바닥을 헤매고 있고,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는 악화한 시장환경에 이어 각종 스캔들까지 겹쳐 결국 상장이 연기됐다. 위워크에 상당액을 투자했던 소프트뱅크는 신용등급이 두 계단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CB 인사이츠에 따르면 전세계 스타트업 종잣돈 자금은 1월 이후 22% 가까이 줄었다. 1·4분기 스타트업 종잣돈으로 쓰이는 펀드 규모는 당초 전망치 770억달러보다 100억달러 줄어든 670억달러에 그쳤다.

소매, 여행, 외식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금 마련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기업 출장 스타트업 여행사인 트립액션스는 지난해 6월 벤처캐피털 앤더슨 호로위츠 등을 포함한 벤처캐피털로부터 2억5000만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당시 기업가치는 4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됐다. 트립액션스는 그러나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출장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이번주 직원 수백명을 감원했다. CB 인사이츠 최고경영자(CEO) 아난드 산왈은 그러나 원격보건, 무인배달, 질병 진단, 가상학습 같은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자금난이 덜 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의 부진은 정보기술(IT) 대기업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신규 진출한 스타트업은 IT 공룡들의 기술개발, 숙련 노동자 공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IT 공룡들은 지난 수년간 데이터분석, 인공지능(AIT), 자동화 공정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들을 대거 인수해 기술과 고급 인력을 확충해왔다. IT공룡들의 기술개발 원천이자 R&D 역량을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이라는 방식으로 채워온 셈이다. 기술자문 업체 햄플턴 파트너스의 조너선 시메트 이사는 스타트업 M&A는 대기업 IT 부문의 R&D와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금 확보가 막혀 성장세도 둔화됨에 따라 대형 IT 업체들의 인수 의향도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햄플턴 파트너스가 간여한 소프트웨어 업체 M&A 건수는 2017년 1050건에서 2018년 1241건, 지난해 1289건으로 늘었지만 올해에는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벤처캐피털 업체 앤터미스 그룹의 루스 폭스 블레이더 파트너는 "불확실성과 코로나19에 따른 대면회의 실종이 (스타트업 종잣돈) 확산 속도를 둔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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