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기고] 韓보행자 사망 OECD 3배…갈 길 먼 안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2012년 우리나라는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쾌적한 보행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보행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보행권 규정을 명확히 하고 보행권 보장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를 표명한 의미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보행권을 실행하기 위해 지역 교통안전 환경 개선사업으로 다양한 보행 친화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2013년 이후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연평균 6.3%씩 감소하고 있다.

2021년 4월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이란 보행 교통사고 중 81.7%가 발생하는 도시 지역의 최고 제한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낮추는 보행 친화적인 선진국형 속도관리 정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통정책은 차량 소통 향상과 지체 감소 위주로 시행됐다. 국가기간 교통망과 물류수송 체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지만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최근 발표된 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행자는 1302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38.9%를 차지한다. 1991년 6675명에 비해 80% 감소했지만 인구 10만명당 보행 사망자는 3.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0명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0~1980년대 압축적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의 경제적 여건이 나아졌지만 의식 수준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사회 전반에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이 팽배해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하다.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하려 할 때 운전자가 양보한 경우는 1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신호가 있는 횡단보도에서도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라 할 수 있는 보행자에 대한 보호의무와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매년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여전히 4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 수준과 달리 교통안전에 대한 의식이 아직까지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고령 보행 인구가 해마다 증가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성장 위주 경제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소홀했던 보행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세상에 보행자가 아닌 운전자는 없다는 말이 있다. 운전자도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가 된다는 뜻이다. 도시지역 속도하향 정책에 대해 많은 이가 불편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나와 우리 가족이 좀 더 안전한 보행 환경을 확보할 수 있기에 차량 주행 속도를 감소시키는 지그재그 도로, 과속방지턱 등 교통 정온화 시설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이제부터라도 보행권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함께 도로는 차량과 보행자가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배려하는 행위가 지속된다면 이를 통해 보행자 배려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의 교통안전 의식 또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동수 교통안전연구개발원 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