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염병은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특히 코로나19처럼 아직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은, 변종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역활동은 상당 부분이 처음 겪는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에도 대응 과정에서 실수나 과오가 나타날 때마다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고, 사후 감사로 징계까지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다 보니 공직사회 일각에서는 ‘차라리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감사원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끝난 뒤 보건당국의 태만이 사태를 키웠다며 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당시 긴급상황센터장) 등 질본 실무 공무원 10여 명에 대해 중징계를 권고했다. 이로 인해 실망한 질본 내 우수 인력 상당수가 직장을 떠났다. 다수의 사망자가 나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를 해당 실무자들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앞장서서 일을 할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방역업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11조7000억 원 추경에 이어 50조 원 규모의 비상금융 조치를 발표했지만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출심사에만 두세 달이 걸리고 있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사항만 확인하면 바로 승인할 수 있도록 일선 현장에 재량권을 주지 않고, 기존 절차를 다 거치도록 한다면 사후 문책을 안 하겠다는 말은 공허한 ‘립서비스’일 뿐이다.
민간 자원봉사자도 많지만 현장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인력 대부분은 일선 공무원들이다. 이들이 감사를 더 걱정해 복지부동에 빠지면 위기 극복은 더 늦어지고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감사원 감사는 일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공무원의 잘못보다, 현장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게 만든 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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