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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美, 부산 인구만큼 일자리 잃어… "실업지표 보면 현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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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위기] 코로나發 고용충격 현실로… 일주일새 328만명이 '눈물'

신규 실업수당 청구 28만→328만건… WP "대학살 일어났다"

서비스업 종사자 직격탄… GE·하얏트 등 정리해고도 잇따라

미국에서 일주일 만에 328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통계가 발표된 26일(현지 시각), 제이컵 로빈스 미국 일리노이대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광범위한 대학살이 일어났다"고 했다. 전주(3월 8~14일)에 기록한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인 28만명의 10배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바로 그 시점'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일주일 새 300만건이 넘는 신규 실업수당이 청구됐다는 것은 코로나발(發) 경제 충격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하게 해준다. WP는 "자영업 근로자나 프리랜서, 학생, 지난해 해당 주(州)에 거주하지 않은 사람, 지난해 근로 기간이 6개월 미만인 사람 등은 실업수당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실업자 수는 330만명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실업 쇼크는 뉴욕·캘리포니아처럼 강제 자택 격리 같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주 정부가 늘어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뉴욕·캘리포니아 등 경제활동이 활발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주부터 '셧다운' 명령이 내려졌다. 식당·극장·수퍼마켓·여행 그 무엇도 영업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식당 온라인 예약 서비스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미국의 식당 예약은 '제로'였다. 미국 슈미트 퓨처스의 마사 김벌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실업자 증가 속도와 규모를 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난다"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실업자 숫자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역대급 실업이 3월 셋째 주로 그칠 가능성은 작다.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25일로 6만5000명을 넘어서는 등 바이러스 확산이 잦아들 기미가 아직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실업자가 급증하고 경제가 걷잡을 수 없이 식어 가자, 부활절(4월 12일)까지는 경제활동을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25일 밝혔다. '무슨 놈의 치료법이 병 그 자체보다 더 큰 해악을 끼치는가'라는 그의 최근 트윗은 '경제활동 중단'만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는 모순된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낸다. 트럼프의 바람과 달리 미국의 코로나 방역을 이끄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은 "감염자 수가 늘어나는 지역에서 지침을 완화할 수 없다"고 밝혀 '경제 올스톱'이 당분간 이어져야 함을 시사했다.

조선일보

대기업의 정리해고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 대표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23일 제트엔진 부문에서 직원 2500여명을 정리해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힐턴, 하얏트 등도 대규모 정리해고 대열에 합류했다.

신규 실업자 증가에 뒤이은 수순은 가파른 실업률 상승이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3.5%로 최근 반세기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충격적인 고용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던 트러스트의 칼 탄넨바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식당, 소매업, 개인 서비스 등과 같이 코로나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산업 종사자들의 절반이 해고된다면 실업률은 13% 이상으로 현재보다 10%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월간 실업률이 발표된 1948년 이후 최고치인 1982년 10월의 10.8%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실업률이 30%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미국의 서비스업 종사자 약 4600만명이 실업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3월 셋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25일 미 의회는 2조2000억달러(약 270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코로나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여기엔 실업수당을 2600억달러 더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역대급 실업 통계가 나왔지만 전례 없는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26일 미국 증시는 2%대 상승세로 출발했다. 앞서 개장한 유럽 증시 역시 2~3%대 하락세로 출발했으나, 보합 수준으로 낙폭을 줄였다.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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