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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꼼수 만발' 선거제 개혁의 역설…연동형 비례대표제 수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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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시민·미래한국 찍어도 민주당·통합당 찍는 꼴…'최대 수혜 기대' 정의당, 최대 피해 볼판

전문가들 "개정 선거법 취지 이미 사라져…민주당이 앞장서 바꿀 것"

뉴스1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해 12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식) 의원들의 반발 속에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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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국회 구성의 다양성과 대의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실상 그 의미를 잃고 오히려 정치권의 각종 '꼼수'를 양산하는 진원으로 작동하면서 21대 국회에서 개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각 정당들은 비례대표 후보를 신중하게 뽑았다. 사회 각 계층을 대표하고 정책을 반영하는 참신한 인물을 내세웠다. 당 대표 등 유력 정치인조차 후순위 순번를 자처했다.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정당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탄생한 현행 개정 선거제 하에서 비례대표 후보 선출은 합리적 기준이 사라지고 정치적 이해득실만이 난무하게 됐다.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처리하기 위해 군소정당과 '거래'로 법안을 처리하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은 '꼼수'라고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입장을 번복하고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비례대표 투표용지 세번째 칸을 차지하기 위해 정의당 의석수보다 딱 한 석 많은 7명의 의원도 '파견'했다.

여기에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의원이 주축이 된 열린민주당도 등장했다. 열린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의혹과 관련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부동산 투기 논란 끝에 민주당 출마를 접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당선권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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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 참가자 공개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3.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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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도 모정당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당초 한선교 대표와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 체제에서 마련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추천안은 통합당 측 반발로 물거품이 됐다.

사태에 대한 책임으로 한 대표와 공 위원장은 사실상 '경질'됐고, 후임으로 들어선 원유철 대표와 배규한 공관위원장이 추천안을 대폭 수정하며 '위성정당'임이 증명됐다.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을 두면서, 당초 소선거구제 하에서 지지율이 의석수로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 소수정당에게 합당한 기회를 주려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그 의미를 완전히 잃었다. 더불어시민당을 찍는 것은 곧 민주당을 찍는 것이고, 미래한국당을 찍는 것은 통합당을 지지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자신의 정책과 이념을 지키며 활동했던 정의당은 존립 위기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점점 내려가 지난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친여 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하고 원칙을 지킨 정의당은 당초 선거제 개혁을 이루던 당시 예상됐던 많은 국회의원 의석을 잃게 됐다.

비례대표제도는 지난 2004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도입됐다. 사표를 방지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동시에 직능대표성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이런 취지는 보수와 진보 거대 양당 체제에서 정의당과 국민의당 등 제3정당이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5년간 이어진 비례대표제는 지난해 12월30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 차례 변화를 겪는다.

개정안의 핵심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당선자가 적더라도 정당 득표율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획득하면, 비례 의석 배분에서 거대 정당들보다 더 많은 의석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념·군소정당에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져, 지역과 조직에 기반한 거대 양당의 독식구조를 깰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그러나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당초 취지는 사라졌다. 오는 6월 구성될 21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처음부터 개정안을 반대했던 미래통합당은 이미 재개정을 천명했다. 황교안 대표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정권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수처법 등 반민주악법을 밀어붙였다. 과반을 확보해서 이런 잘못된 입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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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의 뜻을 밝히고 있다.2020.03.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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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같은 토론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전개되는 상황이 몹시 민망하다"며 개정 필요성을 밝혔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지금처럼 위성정당 정치가 난무하는 것은 민주화 이후 최대의 부패한 모습이라고 본다"며 "그런 면에서 개정이 돼야 하는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이전처럼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유지하며 병렬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동참할지에 대해서는 "국민적 여론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보는데 사실 위성정당을 다 같이 만들면 결과적으로 전과 같다. 의석수 차이도 별로 없다"며 "뭐하러 이렇게 복잡하게 꼼수만 난무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한국 정치 역사상 최악의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이렇게 복잡하고 하나 마나 한 비례대표제를 만든 민주당이 오히려 21대 국회에서 법안 수정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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