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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국회 문 닫는데 이제서야 쏟아내는 n번방 방지법…재탕에 늑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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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일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25)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다. [연합뉴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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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오며 20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자는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 중엔 4년 전 19대 국회 때 발의됐다가 사장된 법안을 재활용한 것도 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N번방 사건은 2018년 초부터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N번방 대책은 '재탕'법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3일 대표 발의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은 4년 전 법안과 판박이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촬영했더라도 해당 촬영물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하면 처벌하겠다는 내용이다. ‘셀프촬영’인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진선미 의원이 2016년 9월1일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2018년 11월 27일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회의록에는 “자기 신체를 직접 촬영한 촬영물의 유포죄 등의 구성요건 및 법정형에 대해 계속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짤막한 설명만이 남아있다.



수년간 지적했는데…늑장 논의, 왜?



N번방 사태로 입법 압력이 가장 센 법안은 ‘단순 소지 처벌법’이다. 성인 여성 불법 촬영물 소지자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현행법엔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은 단순 소지도 처벌하지만 성인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물에 대해선 '소지'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서혜진 변호사는 “수년 전부터 불법 촬영물을 소지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성계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20대 국회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입법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역시 뒷북이란 이야기다.

이 법안을 발의한 송희경 미래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단순소지죄 발의를 위해 관계 부처 의견을 받으면 법무부뿐 아닌 여가부에서도 ‘신중 검토’ 등 부정적 의견을 전달해왔다”며 “입법부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관계 부처의 인식도 N번방이 화제가 되고 나서야 더디게 바뀌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여성 의원은 “민주당도 이 법안의 취지에 동의하게 됐지만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단순 소지자 처벌을 강화하고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만류하는 남성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르고 봐도 처벌” 가능할까



미래통합당이 25일 낸 ‘N번방 방지법’에는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 소지에 대한 처벌 요건을 완화하자는 법안(아청법 개정안)도 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소지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에서 '알면서'를 삭제하자는 내용이다.

대표발의자인 송 의원실 관계자는 “‘알면서’라는 조건 때문에 실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가 ‘몰랐다’고 발뺌을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며 “아동 성착취물 소지자 처벌을 좀 더 수월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에 대해 김재련 변호사는 “‘알고도 봤다’는 사실을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 게 현재 시스템이라면, 여기에서 탈피해 피고인이 ‘나는 절대 몰랐다’고 스스로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판사들의 재판 실무가 바뀐다면 일정한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어차피 재판 과정에서는 고의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상징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시국회 통과 미지수



뒤늦게 쏟아진 'N번방 방지 법안'들이 20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는 또 별개의 문제다. 총선이 19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임기 마지막인 5월 임시국회를 연다고 해도 낙선자들의 불참으로 본회의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은 반드시 이 법안들 처리를 위해서라도 5월 임시회를 열자는 의견이 많지만 총선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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